뉴욕증시 ‘산타 트럼프 랠리’… 한국도 징글벨?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23일 03시 00분


美 증시 3대지수 사상 최고

 미국 대선 이틀 전인 6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은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되면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5∼13% 폭락하는 등 뉴욕 증시에 엄청난 충격이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지 13일이 지난 11월 21일, 미국 3대 지수는 모두 사상 최고치를 갈아 치웠다. 월가의 우려를 비웃듯 뉴욕 증시는 대선 이후 이른바 ‘산타 트럼프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 커지는 트럼프노믹스 기대감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우량주 중심의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88.76포인트(0.47%) 상승한 18,956.69에 거래를 마쳤다. S&P500지수는 16.28포인트(0.75%) 오른 2,198.18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47.35포인트(0.89%) 상승한 5,368.86에 장을 마쳤다. 3대 지수가 동시에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은 올해 8월 15일 이후 석 달여 만이다.

 이날 뉴욕 증시에서는 국제유가의 4% 급등에 따른 에너지업종 지수 상승과 페이스북의 60억 달러 규모 자사주 매입 소식 등이 호재로 작용했다. 기술, 소재, 유틸리티 업종을 비롯해 금융과 헬스케어 등 전 업종이 오름세를 이어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정부가 과감한 감세 정책을 펴고, 규제를 개혁하며, 대형 인프라에 투자함으로써 친기업·친성장적 환경을 조성할 것이라는 기대가 상승장의 동력”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금융업종의 최근 강세는 전적으로 트럼프 정부의 금융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라고 덧붙였다.

 NBC방송도 “트럼프의 예상 밖 당선으로 금융시장이 공포에 휩싸여 있을 때인 9일 새벽 그의 승리 연설이 시장 분위기를 완전히 바꿔 놓았다”고 평가했다. 연설이 ‘미스터 큰 불확실성(Mr. Big Uncertainty)’이라고 불리던 트럼프에 대한 우려와 걱정을 상당 부분 털어냈다는 뜻이다. NBC는 “트럼프가 통합을 강조하고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약속하면서 시장 투자자들의 심리가 회복됐다”고 설명했다.

 스탠리 피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부의장도 이날 뉴욕 미국외교협회(CFR) 강연에서 “생산성을 높이는 재정정책은 경제 잠재력을 향상시키고 장기적인 경제 어려움에 대응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해 트럼프의 재정 정책을 일정 부분 지지하는 발언을 했다.

○ 달러 강세에 힘 빠진 신흥국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미국 증시와는 달리 신흥국 증시에서는 대부분 약세장이 이어져왔다. 트럼프 당선이 확정된 9일(한국 시간) 이후 21일까지 코스피는 1.86% 하락했고 브라질(―4.81%)과 인도(―6.61%) 등 신흥국들 역시 미국과 탈동조화 현상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경기 부양 기대감이 달러 강세로 이어지면서 환차손을 우려한 외국계 자금이 신흥국에서 이탈한 것으로 보고 있다. 12월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도 신흥국 통화 가치 하락을 부추겼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강(强)달러 현상이 오래 지속될 수 없는 만큼 외국계 투자자금이 다시 신흥국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상화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의 미국 증시 호조는 정권 교체 후 시행될 경기 부양책을 미리 반영한 것이며 과열된 면이 없지 않은 만큼 시장이 서서히 소강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22일 코스피는 17.42포인트(0.89%) 오른 1,983.47에 장을 마감했다. 코스닥도 1.41포인트(0.23%) 상승하며 610 선을 회복했다. 이달 16일까지 코스피 시장에서 1조8424억 원을 순매도했던 외국인투자가는 17일부터 매수 규모를 늘리며 이날까지 나흘 연속 순매수 행진을 이어갔다.

 트럼프 당선 이후 급등세를 이어갔던 원-달러 환율도 모처럼 큰 폭으로 떨어졌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0.5원 하락한(원화 가치는 상승) 1176.1원에 마감했다. 환율 하락 폭은 9월 27일(―11.4원) 이후 거의 두 달 만에 가장 컸다.

한정연 pressA@donga.com·정임수 기자 / 뉴욕=부형권 특파원
#뉴욕증시#미국#대선#트럼프#한국증시#달러강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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