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 막힌 회사채… 기업 자금조달 비상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23일 03시 00분


금리 치솟자 기업들 부담 커져 파라다이스 1000억 발행 취소
産銀-하나銀 코코본드 잇단 보류

 도널드 트럼프발(發) 인플레이션 우려와 12월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으로 채권 금리가 급등하면서 기업들의 자금 조달 시장이 급격하게 얼어붙고 있다. 이달 들어 회사채와 조건부자본증권(코코본드)들의 발행이 줄줄이 연기되거나 취소되고 있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관광 전문기업 파라다이스는 대내외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어 1000억 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취소한다고 공시했다. 평소에는 채권처럼 사고파는 것이 가능하지만 은행의 재무건전성이 악화되면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채권인 코코본드의 발행 역시 잇달아 연기됐다. KDB산업은행(5000억 원)과 KEB하나은행(2000억 원)은 최근 이달 중 예정됐던 코코본드의 발행을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5000억 원 규모의 코코본드를 찍어낼 계획인 한국수출입은행도 발행 여부를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기업들이 회사채와 코코본드의 발행을 미루는 것은 회사채 금리와 국채 금리가 지난달에 비해 껑충 뛰었기 때문이다. 회사채(AA―) 3년물 금리는 지난달 4일 1.68%에서 이달 21일에는 2.13%로 높아졌다. 국고채 3년물 금리 역시 같은 기간 1.28%에서 1.73%로 올랐다. 회사채와 국고채 금리가 높아지면 채권을 발행하는 기업이 부담하는 금리 역시 상승한다.

 금리가 오르는 이유는 미국이 다음 달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최근 “추가로 발표될 지표들이 양호하다면 기준금리를 이른 시기에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대선에서 금리를 높여야 한다는 발언을 여러 차례 한 도널드 트럼프가 승리한 것도 금리 인상 가능성을 부채질하고 있다.

 김민정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이 돼서 새로운 자금 집행 수요가 있어야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채권 발행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
#회사채#기업#자금조달#코코본드#산업은행#하나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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