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 활력도, 강남역보다 신촌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23일 03시 00분


유동인구 많은게 다가 아니었네…
거리 활력지수로 본 서울

 서울에서 가장 번화한 곳 중 하나인 강남역 일대가 신촌이나 서래마을보다 공간의 활력이 떨어진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나치게 혼잡하고 여유 공간이 없어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이 휴식이나 대화, 놀이, 쇼핑 등의 활동을 자유롭게 못 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결과는 국무총리실 산하 건축도시공간연구소가 내놓은 ‘서울시 주요 상업가로의 가로활력도 평가 결과와 시사점’ 보고서에 수록됐다.

 22일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강남역과 서대문구 신촌 일대, 서초구 방배동 서래마을 3곳 중 활력도(vitality)가 가장 높은 곳은 서래마을이었다. 강남역은 활력도가 가장 낮은 곳으로 평가됐다. 유동인구가 많을수록 상권이 활성화된 것으로 평가하는 일반적 인식과 반대되는 결과다.

 연구진은 거리의 활력도를 평가하기 위해 ‘가로(街路) 활력지수(이하 활력지수)’를 지표로 사용했다. 활력지수는 특정 거리에 사람이 모이는 정도(보행량)와 보행자의 활동 유형, 활동 시간 등을 통합해 100점 만점으로 산출하는 것이다. 해당 지역에서 쇼핑이나 휴식 등 의미 있는 활동을 하는 사람이 많고 이들이 머무는 시간이 길수록 활력지수가 높아진다.

 연구진은 활력지수를 만들기 위해 1년간 보행자의 특성을 연구해 통계 분석하고 전문가에게 자문했다. 분석 대상으로는 교통요지(강남역), 대학가(신촌), 교통이 상대적으로 불편한 곳(서래마을) 등 상권의 특성이 서로 다른 3곳을 선택했다.

 강남역 일대는 보행량이 압도적으로 많지만 여유 공간이 없어 보행자들이 휴식이나 대화, 놀이, 쇼핑 등 ‘유의미한 사회 활동’을 지속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역 일대의 평균 활력지수는 100점 만점에 16.5점에 불과했다. 1∼10단계 구분(단계가 높아질수록 활력지수가 낮음) 조사에서도 조사지역 12곳 중 10곳이 9, 10등급으로 평가됐다. 여유 공간이 거의 없는 테헤란로 5길의 이면도로는 활력지수가 0점이었다. 김승남 건축도시공간연구소 부연구위원은 “강남역은 단순히 이동하는 사람들이 많을 뿐 대화나 휴식 같은 유의미한 활동을 하는 공간이라고 하긴 어렵다”고 소개했다. 거리에 활력이 넘치기보단 그냥 혼잡하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서래마을은 활력도가 가장 높은 지역으로 평가됐다. 보행량은 적었지만 활력지수 평균값이 57.3점으로 다른 곳을 크게 웃돌았다. 서래마을 일대 조사 대상 12곳 중 5곳이 활력도가 90점 이상인 1등급으로 평가됐다. 특히 서래마을 일대에서도 차량 통행이 적고 공원과 쉼터가 곳곳에 조성된 이면도로 쪽의 활력도가 높았다. 서래마을 서래로는 100점 만점이었다.

 신촌역 일대의 평균 활력지수는 35.5점이었다. 신촌현대백화점과 창천문화공원 주변 길(연세로5길·신촌로), 음식점·카페가 몰린 신촌역에서 이화여대로 이어지는 길(연세로4길)은 활력도가 81.8∼99.9점이었다. 신촌에서도 버스전용차로가 있는 대중교통전용지구 근처 조사 지역은 단순히 지나가는 보행자만 많아 활력도가 낮았다.

 김 부연구위원은 “보행량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오히려 활력도를 떨어뜨리는 모습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또 “거리에 활력이 돌게 하려면 환경을 개선해 거리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의미 있는 활동을 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교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축공간도시연구소는 내년부터 이 지표를 서울을 비롯한 전국 주요 상업거리를 평가하는 데 반영하고, 그 결과를 지속적으로 공개할 계획이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거리 활력도#강남역#신촌#유동인구#거리 활력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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