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조선업계가 최근 연이은 악재로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조선 빅3’ 중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에서는 해양플랜트 인도 연기가 이어지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분사(分社) 추진 과정에서 노동조합과 갈등을 빚고 있다.
23일 대우조선해양은 “드릴십 발주처인 미국 시추업체 ‘앳우드 오셔닉’으로부터 최근 드릴십(원유시추선) 2척에 대한 인도 연기 요청을 받고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우조선해양은 이미 앙골라 국영석유회사 소난골이 발주한 드릴십 2척에 대해서도 인도가 지연되고 있어 유동성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앳우드가 인도 연기를 요청한 드릴십 2척은 대우조선해양이 각각 2012년 9월과 2013년 6월에 총 12억 달러(각각 6억 달러) 규모로 수주한 것이다. 원래 지난해와 올해 인도할 예정이었지만 지난해부터 앳우드 측의 요청으로 이미 두 차례나 인도 시기를 늦췄다. 내년 9월과 2018년 6월에 인도할 계획이었지만 더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당장 현금이 급한 대우조선해양이 아직 잔금 약 4억 달러(약 4705억 원)를 받지 못한 상태라는 점이다. 이에 대우조선해양은 일부 대금을 미리 받는 등 인도 연기에 따른 추가 비용을 보상받는 방안에 대해 협의하고 있다.
삼성중공업도 말레이시아 페트로나스로부터 2014년 2월 수주한 부유식 액화천연가스설비(FLNG) 인도 시기를 발주처의 요청에 따라 2018년 1월에서 2020년 7월로 늦췄다. 삼성중공업 측은 “양측이 협의를 거쳐 결정한 것으로 공정 지연과는 무관하다”며 “협의 과정에서 계약금이 오히려 늘었고, 발생하는 비용은 발주처에서 부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를 반영해 계약금이 당초 14억7000만 달러에서 16억 달러로 약 1억3000만 달러가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당장 유동성 차질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발주처들이 이처럼 해양플랜트 인도를 늦추는 것은 저유가로 해양플랜트의 수익성이 낮아져 해양플랜트를 받아도 당장 쓸 곳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앳우드는 당초 내년에 드릴십을 인도받는 대로 브라질 시추사업에 투입할 계획이었지만 사업이 늦어지면서 투입 시기도 2018년 하반기로 미뤄졌다.
이 와중에 삼성중공업에서는 사고도 발생했다. 20일 오후 거제조선소에서 대륙붕 유전개발에 사용되는 시추 설비인 ‘잭업리그’를 건조하던 중 길이 50m짜리 철제다리와 크레인의 연결 부위가 끊어지면서 구조물이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구조물이 파손되면서 최소 수백억 원의 손실이 나고 수개월간 공정 지연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사고 자체도 문제지만 안 그래도 인도를 최대한 늦추려는 시추업체들에 인도 지연의 빌미를 줄 수 있다는 점이 문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발주처들이 사고를 핑계로 공정 과정을 문제 삼을 수도 있다”며 “그 때문에 공기가 늦어지면 더 큰 악재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지난주 비조선 부문 분사 계획을 밝힌 현대중공업의 노조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23일 “회사의 분사에 강력히 대처하겠다”며 “구조조정 철회가 올해 임·단협(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 마무리의 전제조건”이라고 밝혔다. 노사는 올해 5월부터 임·단협을 시작해 지금까지 60여 차례 교섭을 했지만 아직 절충점을 찾지 못했다. 이에 올해 현대중공업 임·단협도 난항이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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