퀀텀닷 원천 특허 다량 보유 기업… 포스트 LCD시장 겨냥한 포석
이재용 부회장 등기이사 선임이후 특허-네트워크 강자 인수 잰걸음
삼성전자가 ‘비브랩스’(인공지능 플랫폼 개발 업체)와 ‘하만’(전장 업체)에 이어 미국 퀀텀닷(quantum dot·양자점) 기술 업체인 ‘QD비전’을 인수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등기이사로 올라선 후 업계별로 특허와 네트워크의 강자들을 발 빠르게 사들이는 모습이다.
정칠희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장(사장)은 23일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사장단회의에 참석하는 길에 기자들과 만나 “(QD비전의) 자산을 인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QD비전은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출신 연구자가 설립한 회사로 퀀텀닷 원천 특허를 다량으로 보유하고 있다. 중국 전자업체인 TCL에 퀀텀닷 필름을 공급했다. 2013년에는 소니와 협력해 퀀텀닷 TV를 개발하기도 했다. LG디스플레이와 2010년 퀀텀닷 기술개발 협약을 맺은 업체이기도 하다. 삼성전자는 7000만 달러(약 826억 원)를 인수합병(M&A) 금액으로 제시해 인수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자업계에서는 액정표시장치(LCD)를 이을 디스플레이로 퀀텀닷을 선택한 삼성전자가 QD비전의 원천 기술과 특허를 사전에 확보하려는 목적으로 보고 있다. 관련 특허를 미리 사들임으로써 향후 잠재적으로 벌어질 수 있는 특허소송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올레드) 기술을 포스트 LCD 전략으로 밀고 있는 LG전자와 달리 삼성전자는 올레드 시장이 대중화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퀀텀닷 기술을 바탕으로 한 양자점발광다이오드(QLED) TV 개발에 주력해 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6월부터 조이언트와 애드기어, 데이코, 비브랩스, 하만, 뉴넷캐나다 등 주요 기업들을 한 달에 한 개꼴로 인수해왔다. 7월 세계 최대 전기자동차 업체인 중국 BYD(비야디·比亞迪)에 5000억 원가량의 지분 투자도 했다. 최근 2년간 인수했던 기업들이 모두 합쳐 8개였던 점을 고려하면 M&A 전략상 상당한 변화가 생긴 것이다.
재계에서는 2013년 이후 사업 재편 및 계열사 매각을 통해 충분한 자금을 확보한 삼성전자가 미래 먹거리 쇼핑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삼성전자가 사들인 기업들의 공통분모는 특허와 네트워크에 강한 기업들이라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인수한 뉴넷캐나다는 차세대 문자메시지 관련 특허를 보유한 업체다. 9월 인수한 미국 프리미엄 가전업체인 ‘데이코’는 B2B(기업 간 거래) 전문 유통망을 확보하고 있다. 하만도 전장 및 카오디오 업계 주요 업체들을 고객사로 확보한 회사란 점에서 삼성전자에는 든든한 자산이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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