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이 끝난 후 달러화 ‘몸값’이 치솟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인프라 투자 등 경기부양책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다음 달 금리가 올라갈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투자자들도 달러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강(强) 달러의 귀환’에 대응하는 투자법에 대한 관심이 많다. ○ “내년 1분기까지 강 달러” 전망 많아
2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1176원으로 거래가 마감됐다. 미국 대선(9일)이 열리기 전날인 8일 1132원보다 40원 넘게 오른(원화가치 하락) 셈이다. 9월 초 1090원까지 떨어졌던 원-달러 환율은 석 달여 만에 80원가량 올랐다. 원-달러 환율은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재정 확대 정책에 따른 기대감 등이 반영되며 큰 폭으로 뛰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달러 강세가 적어도 연말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당장 다음 달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신흥국에 투자된 자금이 미국으로 역류하면서 달러 강세를 부채질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당선인이 보호무역 공약을 구체화해 단기적으로 미국 내의 공장 가동률을 상승하고 경제 성장률이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 이 또한 달러 강세의 요인이 될 수 있다.
다만, 달러 강세로 미국 기업의 수출 여건이 악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 행정부가 ‘약 달러’ 정책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근거다. 홍춘욱 키움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당선으로 시장이 살아날 것 같다는 기대감 때문에 내년 1분기까지 달러 강세장이 되고, 2분기(4∼6월)부터 조정을 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 달러 예금 등으로 출발
그렇다면 어떤 달러 상품이 좋을까. 달러에 투자해본 경험이 없는 투자자라면 달러 예금부터 시작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달러 예금은 시중은행에서 가입할 수 있다. 5000만 원까지 예금자보호를 받을 수 있다. 예금 상품이기 때문에 이자 소득에 대해서는 세금이 부과되지만 환차익에 대한 세금은 없다. 예금 금리는 1%대로 낮다. 달러 가치가 향후 지속적으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거나 정기적인 달러 자금 수요가 있을 때 활용할 만한 상품이다. 다만, 환율은 변동성이 크다. 달러 가치가 약세로 돌아섰을 때 예금을 원화로 찾으면 손실을 볼 수 있다.
달러 환매조건부채권(RP) 역시 달러 투자 초보자가 비교적 안전하게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이다. RP는 증권사가 보유한 채권을 투자자에게 해당 채권의 금리보다 낮은 수준에서 팔았다가 일정 기간이 지난 뒤 다시 사들이는 상품이다. 이 과정에서 증권사는 채권의 금리 차이를 이용해 수익을 얻는다. 투자자는 3∼10년 만기의 채권 상품에 1일, 1개월 등으로 단기 투자를 할 수 있다. 이 역시 환차익이 비과세다.
달러 투자에 경험이 많고, 환율 변동의 위험을 감수할 투자자라면 미국 역외펀드나 미국 뱅크론 펀드 등에 투자해 볼 만하다. 역외펀드는 해외에서 만들어진 펀드에 달러로 직접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국내 증권사가 해외 증시를 대상으로 만든 해외펀드와는 성격이 다르다.
뱅크론 펀드는 투기등급 채권(BBB―)에 투자한다. 담보가 있는 선순위 채권이어서 중위험·중수익 상품으로 분류된다. 최광수 대신증권 부장은 “달러에 투자하려면 투자 가능 기간, 보유 달러, 비과세 여부 등을 따져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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