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센트럴 지역은 ‘홍콩판 월스트리트’로 불리는 금융 산업 중심지다. 밤이면 화려한 조명을 자랑하는 홍콩상하이은행(HSBC), 스탠다드차타드 빌딩, 씨티은행 등 글로벌 은행 빌딩, 홍콩 최대 부동산재벌 리카싱(李嘉誠) CK허치슨홀딩스 회장의 청쿵타워 등이 몰려 있다.
이 지역에 최근 27층의 중국 상하이상업은행 건물이 완공됐다. 인근에 중국은행 빌딩을 필두로 건설은행, 농업은행, 교통은행 등 중국 5대 국영은행 중 4곳이 자체 빌딩을 소유하고 있다. 최근 중국 공상은행은 이 지역에 매물로 나온 73층 규모의 ‘더 센터’를 노리고 있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들은 금융회사 등 중국 자본이 홍콩 부동산 쇼핑에 본격 나서고 있다는 신호탄으로 해석되고 있다.
중국 기업의 홍콩 부동산 사냥은 그 규모 면에서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 차이나 에버브라이트가 매입한 ‘다싱파이낸스센터’는 약 13억 달러(약 1조5340억 원), 차이나 에버그랜드 그룹이 산 ‘매스뮤추얼 빌딩’은 약 16억 달러(약 1조8880억 원)에 이른다. ‘더 센터’ 빌딩은 추정 가격만 50억 달러(약 5조9000억 원) 이상이다. 가격이 엄청나 중국 금융사 외에는 살 사람도 마땅치 않다.
중국 기업들은 높은 임차료를 내는 데도 주저함이 없다. 중국 기업의 홍콩 진출이 본격화된 2015년 홍콩 센트럴 지역 사무실 임차료는 21% 넘게 치솟았다. 2016년에도 오름세다. 중국 기업이 올려놓은 임차료 때문에 센트럴에 있던 미국 및 유럽계 금융사 중 상당수가 다른 지역으로 이전해야 했다.
중국 금융사와 기업은 홍콩을 글로벌 시장 진출의 교두보로 여기고 있다. 과거 글로벌 회사들이 홍콩을 통해 중국에 들어갔던 것과 반대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고가의 건물을 사들이고 사무실을 연다. 상대적으로 낮은 세금과 규제도 매력적인 요소다. 올해 초 중국과 홍콩 증시의 폭락 여파로 홍콩 경제를 떠받치는 부동산 가격이 흔들리면서 홍콩 위기설이 고개를 들기도 했다. 중국 의존도가 심해지면서 ‘중국의 기침에 홍콩이 독감을 앓는다’는 말도 들렸다.
하지만 중국 경제가 큰 위기를 넘기고 비교적 안정된 흐름을 보이자 중국 기업들이 다시 홍콩으로 몰려들고 있다. 이들이 싸들고 나온 뭉칫돈에 홍콩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홍콩 부동산의 견고한 성장세는 중국과 홍콩 경제가 여전히 성장 중임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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