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후기 이제마는 사상의학을 주창하며 사람의 체질을 태양인, 태음인, 소양인, 소음인의 네 가지로 구분했다. 체질에 따라 맞는 치료법이 다르다는 주장이었다.
기업의 전략도 마찬가지다. 기업이 보유한 자원의 특성에 따라 적합한 전략이 달라진다. 미국 미시간기술대 경영대학의 연구진은 기업이 보유한 지식의 특성과 구조가 기업에 적합한 연구개발(R&D) 전략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연구했다.
연구진은 먼저 1988∼2006년 반도체 산업에 속한 208개 기업을 대상으로 연도별 내부 연구개발 전략과 제휴 전략 사용 여부를 조사했다. 이 자료를 기업이 보유한 ‘지식의 깊이 및 폭’ 변수와 결합해 지식 구조별로 어떤 연구개발 전략이 장기적 성과를 높일 수 있을지 분석했다.
그 결과 기업이 이미 보유하고 있는 지식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사용한 잠재력을 계속 활용하기보다 다른 잠재력을 활용해야 한다는 결론이 도출됐다. 즉, 각 기업이 가진 ‘재조합 잠재력’ 가운데 기업 내 지식만을 재조합해 혁신을 이끄는 ‘수렴형 재조합 잠재력’에만 치중해온 기업은 기업 내 지식과 외부 지식을 재조합해 혁신을 만드는 ‘발산형 재조합 잠재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대로 발산형 재조합 능력에만 집중해 왔다면 수렴형 재조합 능력을 확충해야 장기적 관점에서 연구개발 성과를 높일 수 있다.
기업이 내부 지식을 재조합해 혁신을 이끌 경우 지식의 ‘깊이’는 증가할 수 있다. 하지만 외부의 지식을 활용하는 능력과 효율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깊이 있는 지식을 이미 보유한 기업이라면 기술 제휴 등과 같은 외부 지식 활용 전략을 구사해 발산형 재조합 잠재력을 발현시켜야 한다. 반대로 지식의 깊이는 상대적으로 얕은 대신 다양한 분야에 지식을 가지고 있는 기업은 수렴형 재조합 잠재력을 발현시키기 위해 내부 연구개발에 집중해야 한다.
기업 고유의 자원은 경쟁 우위의 원천이다. 하지만 자원 그 자체가 경쟁 우위를 만들어주지는 않는다. 자원을 성과로 연결시키려면 올바른 전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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