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0조 가계빚, 한국경제 부실 뇌관 우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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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가계부채 후속 대책]美 12월 금리인상… 대출금리 가파른 상승세
취약계층, 제2금융권 내몰려… 총량 증가에 질까지 빠르게 악화

 브레이크 없는 가계 빚이 1300조 원을 넘어서 ‘내우외환’에 시달리는 한국 경제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특히 정부가 가계부채 고삐를 죄겠다며 은행권의 대출 문턱을 높이자 관리감독이 취약한 제2금융권 대출이 올해 3분기(7∼9월)에도 사상 최대 규모의 급증세를 이어갔다.

 최근 ‘트럼프발(發) 인플레이션’ 우려와 미국의 12월 금리 인상으로 국내 대출 금리까지 치솟고 있다. 이자 부담에 짓눌린 취약계층이 부실의 ‘뇌관’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9월 말 현재 가계부채 잔액은 1295조8000억 원으로 1년 새 130조9000억 원(11.2%) 증가했다. 한은 관계자는 “가계 빚 증가세는 작년 3분기(10.3%) 이후 줄곧 두 자릿수 증가율(전년 동기 대비)을 이어가며 정상 궤도를 벗어난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올 3분기만 놓고 봐도 가계부채는 38조1700억 원 늘었다.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02년 이후 3분기 기준으로 사상 최대 증가폭이다. 2월 은행권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도입에 이어 범정부 차원의 ‘8·25 가계부채 대책’이 쏟아졌지만 빚 증가세를 잡기엔 역부족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가계부채의 총량뿐 아니라 질까지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은행권의 대출 문턱을 넘지 못한 저소득·저신용자 등 취약계층이 금리가 훨씬 더 높은 제2금융권으로 내몰리는 ‘풍선효과’가 심해졌기 때문이다.

 9월 말 현재 상호금융 새마을금고 저축은행 등 비(非)은행 예금취급 기관의 가계대출 잔액은 277조7000억 원으로 전 분기 말보다 11조1000억 원(4.2%) 불어났다. 분기 기준으로 사상 최대의 증가폭이다. 이 중 기타 대출이 역대 최대 폭인 7조5000억 원 늘었다. 기타 대출엔 토지 빌라 상가 등을 담보로 한 비(非)주택 대출과 ‘생계형 대출’로 꼽히는 신용대출 등이 포함된다.

 다음 달 미국의 금리 인상에 따라 대출 금리도 급등세를 타고 있어 제2금융권 등의 취약계층이 금리 상승의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손종칠 한국외국어대 경제학부 교수는 “향후 금리 인상은 제2금융권을 이용하는 가계에 더 큰 위협이 될 것이다. 빚을 갚지 못하는 가계가 속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1300조 원을 돌파한 가계 빚이 민간 소비를 위축시키고 성장 잠재력을 떨어뜨릴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최순실 게이트에 따른 국정 혼란과 수출, 내수의 ‘쌍끌이 부진’도 계속되고 있다.

정임수 imsoo@donga.com·박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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