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2014년 상장기업 투자율 분석
“법인세 인상, 소득분배에도 악영향”
野 3당 최고세율 인상 강행 움직임… 정부, 컨트롤타워 없어 대응 못해
최근 정치권의 법인세율 인상 움직임에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반론을 제기하고 나섰다. 하지만 정작 주무 부처인 기획재정부는 경제 컨트롤타워 공백이 한 달 가까이 이어지는 탓에 치열한 ‘증세 전쟁’에서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KDI가 28일 내놓은 ‘법인세율 변화가 기업투자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2002∼2014년 국내 상장기업들의 투자율은 법인세 평균실효세율이 1%포인트 인하될 때마다 0.21%포인트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율 상승효과는 회사 자금 유용이나 실적을 고려하지 않은 배당금 지급 등 경영진의 사익추구 행위가 없다면 0.29%포인트로 높아지는 것으로 추정됐다.
KDI는 이 같은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법인세율 인상은 기업의 투자 및 고용 여건을 악화시키고 소득분배에도 악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또 “(세율 인상보다는) 기업경영에 대한 내·외부 감시·감독기능을 강화해 경영진의 사익 추구를 통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DI의 주장은 법인세율 인하가 투자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야당의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그동안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당은 법인세 인상이 재정건전성을 개선하고 소득분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현재 22%인 법인세 최고세율을 24, 25%로 올릴 것을 주장해 왔다.
경제사령탑을 잃은 정부는 세법 논의과정에서 야당의 주장을 반박하지 못하고 끌려다니는 모양새다. 국회 조세소위에서 30일까지 법인세 인상에 대한 결론을 내지 못할 경우 법인세 인상 문제는 민주당 출신인 정세균 국회의장의 손으로 넘어간다. 정 의장이 법인세 인상안을 예산부수법안으로 지정해 본회의에 상정하면 과반수 의석을 차지한 야당이 이를 통과시킬 가능성이 높다.
기재부는 법인세 문제뿐 아니라 산업 구조조정, 예산안, 내년도 경제정책 방향 수립 등 경제 현안에 대해서도 컨트롤타워 부재로 전략적 대응을 못하고 있다. 이달 초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차기 경제부총리로 내정돼 인사청문회 준비에 들어갔지만 탄핵정국이 펼쳐지면서 청문회 준비는 중단된 상태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다시 각종 현안을 챙기고 나섰지만 어정쩡한 동거가 장기화되면서 현장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일각에선 탄핵 이후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는 총리 임명 문제는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최근 한국경제의 심각성을 감안해 경제부총리 임명만은 정치권이 서둘러 매듭을 지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정책학부 교수는 “국정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선 공무원들의 동요를 막고 정책을 차질 없이 추진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기 위해선 정치권이 정파적 이익을 떠나 경제 컨트롤타워의 공백을 메우는 일을 최우선적으로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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