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생각하게 만들어야 OK”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29일 03시 00분


‘OK!SK’ 캠페인 광고 만든 세계적 일러스트 작가 노마 바

이스라엘 출신의 세계적인 일러스트 작가 노마 바는 올해 SK㈜의 ‘OK!SK 캠페인’ 디자인을 맡으면서 한국 기업과 처음으로 작업을 했다. SK㈜ 제공
이스라엘 출신의 세계적인 일러스트 작가 노마 바는 올해 SK㈜의 ‘OK!SK 캠페인’ 디자인을 맡으면서 한국 기업과 처음으로 작업을 했다. SK㈜ 제공
 “사람들은 대상에 대한 정보를 쉽게 받아들이려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제 디자인은 사람들에게 생각할 수 있는 동기를 제공합니다.”

 영국 런던에서 활동하는 세계적인 일러스트 작가 노마 바(43)는 최근 동아일보와 화상 인터뷰를 갖고 이렇게 말했다. 그가 디자인한 SK㈜ 기업광고 ‘OK!SK 캠페인’은 숨겨진 의미를 담은 간결한 이미지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일례로 쌍안경 렌즈 안에 ‘친환경 플러그’가 비친 그림은 ‘에너지 신산업을 통해 대한민국의 미래 성장 동력을 찾아내겠다는 의지를 중의적으로 표현했다. 또 ‘열린 문’과 ‘내딛는 발’이 결합된 그림은 ‘정보통신기술(ICT)을 통해 대한민국의 미래를 열겠다’는 의지를 중의적으로 나타냈다.

 이스라엘 출신인 그는 여백을 활용해 하나의 작품 속에 두 가지 이상의 의미를 담아내는 현대 예술 기법인 ‘네거티브 일러스트 아트’계의 대부(代父)로 꼽힌다. 특히 IBM, 코카콜라를 비롯한 글로벌 기업과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의 소설 영문판 표지 등의 작업을 맡으면서 유명해졌다.

 이스라엘에서 서체 디자이너로 활동하던 그는 2000년 영국으로 건너가면서 네거티브 일러스트에 관심을 갖게 됐다. 영어를 잘 구사하지 못해 손짓, 발짓을 사용하다 보니 단어를 쓰지 않고 단순하게 소통하는 방법을 찾기 시작한 것이다. ‘최소한의 요소로 최대한의 커뮤니케이션을 추구한다’는 디자인 철학도 그렇게 생겨났다. 그는 “자잘한 디테일을 생략하고 본질적인 것만 단순하게 보여줬을 때 더 강한 소통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평소 자신만의 원칙을 갖고 작업 대상을 선별해왔다. ‘사람들이 의미를 생각할 수 있는 동기를 제공할 것’과 ‘유익한 일을 하는 프로젝트를 맡을 것’이다.

 
노마 바가 디자인한 SK㈜의 ‘OK!SK 캠페인’ 바이오편 광고.  SK㈜ 제공
노마 바가 디자인한 SK㈜의 ‘OK!SK 캠페인’ 바이오편 광고. SK㈜ 제공
그는 올해 초 SK㈜로부터 기업광고 디자인을 맡아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영국에서 가진 첫 만남에서 SK와 같은 기업이 한국이 빠른 속도로 경제성장을 이루는 데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들은 뒤에야 작업을 수락했다. 한국 기업과의 첫 작업이었다.

 그는 캠페인 한 컷마다 그림 100∼150컷을 그렸다. 그는 “(그림으로) SK에 대한 책을 만들어도 될 만큼 많이 그렸다”며 “한국 사람들이 열정을 갖고 바라는 것을 끝까지 도출해내는 점에 놀랐다”며 웃었다.

 SK㈜는 노마 바의 디자인을 토대로 4월 국내 최초로 네거티브 일러스트 기법을 활용한 기업광고를 선보였다. 그는 “요즘과 같은 정보의 홍수시대엔 단순한 것들이 오히려 돋보이기 때문에 메시지를 더 강하게 전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디자인#광고#캠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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