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과잉 진료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도수치료’ 등의 항목을 제외하고 보험료를 낮춘 ‘기본형 실손의료보험’이 나온다. 또 실손보험금 청구 실적에 따라 이미 낸 보험료를 돌려주거나 앞으로 낼 보험료를 깎아주는 제도도 검토되고 있다.
28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보험연구원과 한국계리학회 주최로 열린 ‘실손의료보험 제도개선’ 공청회에서 이 같은 방안들이 논의됐다. 실손보험은 지난해 말까지 약 3200만 명이 가입해 ‘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린다. 하지만 상품이 표준화돼있고 비급여 진료 항목까지 보장해 과잉 진료 등 도덕적 해이를 유발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일부 가입자의 ‘의료쇼핑’이 전체 보험료 인상을 부추겨 선량한 가입자에게 피해를 준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에 금융당국과 보험업계는 내년 4월까지 실손보험 보장을 기본형과 특약으로 나누는 등 실손보험 개선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날 발표자로 나선 최양호 한양대 교수(한국계리학회장)는 “과잉 진료가 우려되는 보장 항목을 특약으로 분리하고, 특약의 자기부담 비율을 20%에서 30%로 높여 도덕적 해이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기본형 실손보험의 보험료는 기존 실손보험료보다 크게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특약으로 보장하는 항목은 도수치료, 체외충격파, 증식치료, 비급여 주사제 등이 꼽혔다. 가격이 비싼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을 특약으로 분리하는 방안도 거론됐다.
일부 가입자의 과잉 진료로 인한 부담이 전체 가입자에게 전가되는 것을 막기 위해 실손보험료를 차등화하는 방안도 논의됐다. 정성희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1년간 한 번도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은 사람에게 이미 낸 보험료를 환급해주거나 청구 실적이 적은 가입자에게 다음 해 보험료를 할인해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독일은 보험 가입자가 1년간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으면 최대 4개월 치 보험료를 환급해주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영국은 일정 기간 가입자의 보험금 청구 실적에 따라 보험을 갱신할 때 할인율을 적용한다.
정 연구위원은 “환급이나 할인제가 도입되면 의료 접근성을 지나치게 제한하거나 고령자, 중증질환자 등에 대한 역차별이 우려되는 만큼 이에 대한 보완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단독형 실손보험 상품을 더욱 활성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지난해 말 현재 실손의료비를 주계약으로 보장하는 단독형 상품은 전체 실손보험의 3.1%에 불과했다. 손해율이 높은 실손보험을 손해율이 낮은 다른 보험에 특약으로 끼워 파는 보험사의 관행 때문이다. 보험설계사들도 판매수당을 더 받기 위해 이를 부추긴다. 단독형 실손보험의 월 보험료는 1만∼3만 원이지만 특약으로 실손보험에 가입하면 조건에 따라 월 보험료가 10만 원 안팎으로 뛴다. 최 교수는 “보험료 1년 치를 한꺼번에 혹은 1년에 두 번 나눠 내는 연납형 상품을 도입하면 단독형 상품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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