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6일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 증인으로 채택된 9명의 대기업 총수 가운데 5명은 청문회와 국정감사 등에서 증인으로 서 본 경험이 전무해 관련 기업들이 노심초사하고 있다. 특히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78)은 역대 청문회 증인 가운데, 기업총수로는 최고령으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정몽구 회장에 앞서 청문회 등에 증인으로 출석한 최고령 기업인은 1988년 ‘5공 청문회’에 출석한 현대그룹 정주영 회장이 당시 73세였고 1997년 ‘한보사태 청문회’에 나온 정태수 한보그룹 회장이 77세였다.
29일 재계에 따르면 이번에 증인으로 나오는 대기업 총수 9명 중 국정감사나 국정조사 청문회 경험이 있는 이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61)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67) 등 2명뿐이다. 신 회장은 지난해 9월 형제간 경영권 다툼 과정에서 불거진 불투명한 기업 지배구조를 해명하기 위해 10대 그룹 총수 중 처음으로 국정감사에 불려나왔다. 조 회장은 한진해운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신청 과정과 관련해 지난달 국감에 출석했다.
국감이나 청문회는 아니지만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68·GS그룹 회장)은 2011년 8월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주최의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 강화에 대한 공청회’에 전경련 회장 자격으로 나온 적이 있다. 손경식 CJ그룹 회장(77)도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자격으로 같은 자리에 나왔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8), 정몽구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56), 구본무 LG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64) 등은 국회의원들 앞에 처음 서게 됐다.
대부분이 공개석상에서 심문을 당해 본 경험이 없는 데다 국회의원들이 경쟁적으로 날 선 비판을 쏟아낼 게 뻔해 돌발 상황이 발생할 것을 해당 기업 관계자들은 가장 우려하고 있다.
이 때문에 삼성그룹은 미래전략실을 중심으로 국조에서 거론될 만한 모든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다. 국민연금 전현직 관계자들이 이번 국조 증인으로 대거 채택된 만큼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 대해 국회의원들의 집중 포화가 쏟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그룹은 특히 김종중 미래전략실 전략팀장(사장)과 김신 삼성물산 사장도 증인으로 추가 채택된 상태다.
현대차그룹과 CJ그룹은 총수들이 70대 후반의 고령이라는 점이 걱정이다. 실제 어떤 질문을 받느냐보다 국조 특성상 생중계가 되는 가운데 장시간 자리를 지켜야 해서다. 특히 정 회장의 경우 지난해 7월 박근혜 대통령과 면담할 때도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배석자를 뒀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번 국조가 대외적 이미지에 큰 리스크로 작용할 수도 있다.
SK그룹은 K스포츠재단으로부터 80억 원 지원을 제안받았다는 이유만으로 ‘면세점 사업권’과 관련한 로비 의혹을 받는 것에 대해 가장 두려워하고 있다. SK그룹은 이 때문에 면세점 사업이 SK그룹에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사업인 데다 실제 K스포츠재단에 대한 지원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부분을 최대한 강조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그룹도 이번 국조에서 거론될 내용들을 김 회장이 미리 머릿속에 정리하고 갈 수 있도록 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회장이 2014년 2월에 집행유예로 나온 뒤 사실 큰 경영적 판단을 제외한 세부적인 내용들은 잘 모른다”며 “국회의원들이 워낙 공격적으로 질문할 테니 침착하게 대응하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인터넷판에서 “재벌 총수들이 청문회에 출석해 증언하는 광경은 경제심리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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