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준 LG그룹 부회장이 계열사 사업 및 경영 전반을 사실상 총괄하게 된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아들(양자)인 구광모 ㈜LG 상무는 전무 승진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LG그룹은 이런 내용을 담은 2017년도 정기 임원 인사안을 지주회사인 ㈜LG를 비롯해 LG전자, LG화학 등 주요 계열사 이사회가 열리는 다음 달 1일경 발표할 예정이다.
LG그룹 고위 관계자는 “구 회장이 그룹의 대외적 활동을 맡고, 구 부회장은 그룹 내부를 전반적으로 챙기는 형태가 될 것”이라며 “장자 승계 원칙에 따라 LG그룹 경영권을 이어받게 될 구 상무가 경영 수업을 받는 동안 구 부회장이 징검다리 역할을 하며 그룹을 이끌어 나가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재계에서는 이번 정기 인사를 통해 ‘포스트 구본무 시대’ 준비 작업이 사실상 본격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 역할이 커진 구 부회장
LG그룹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LG 경영관리팀은 내년 초부터 구 부회장이 맡고 있는 신성장사업추진단 산하 시너지팀과 통합된다. 그동안 구 부회장은 신성장사업추진단장으로서 자동차부품(VC), 에너지솔루션, 소재·부품 부문에서 미래 신성장동력을 발굴해 계열사의 시너지 방안을 찾는 역할을 맡아왔다. 구 부회장 산하로 통합되는 ㈜LG 경영관리팀은 현재 전자팀, 화학팀, 통신서비스팀으로 나뉘어 LG그룹 계열사들의 사업 전반을 관리·감독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이로써 구 부회장의 LG그룹 내 장악력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 LG그룹 내부적으로 구 부회장의 역할 확대는 사실상 정해진 수순이라는 것이 지배적 견해였다. 구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당시 LG전자 부회장에서 ㈜LG 신성장사업추진단장으로 이동한 뒤에도 올해 3월 LG전자 이사회 의장, LG화학 등기임원(기타비상무이사·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위원장)을 차례로 맡으며 그룹 내 입지를 넓혀왔다.
LG그룹 관계자는 “구 부회장은 신성장사업추진단장으로 취임한 뒤 ‘B2B(기업 간 거래)’ ‘사업 융복합 시너지’ 등을 핵심 키워드로 삼고 LG그룹 내 계열사 사업의 시너지 방안을 모색해왔다”며 “미래 사업을 책임지는 신성장사업추진단, 현재 사업을 책임지는 경영관리팀을 함께 맡게 됨에 따라 구 부회장이 사실상 LG그룹 사업을 총괄하게 됐다”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구 부회장이 쌓아온 오랜 경험, 미래 신성장 사업을 내다보는 시야 등을 강점으로 꼽는다. 지난해 말까지 구 부회장이 이끌어왔던 LG전자는 최근 자동차부품 및 에너지, B2B 관련 사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며 ‘굴뚝 기업’에서 ‘첨단 기업’으로 탈바꿈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후계자인 구 상무 승진 가능성도
구 상무가 이번 정기 인사에서 전무로 승진하면 2015년도 임원인사에서 상무로 승진한 뒤 2년 만이다. LG그룹은 구인회 창업주에서 시작해 구자경 명예회장, 구본무 회장으로 이어지는 경영권 승계를 분쟁 없이 이어오고 있다. 장자 승계 원칙에 따르면 구 상무는 향후 LG그룹 4세 경영자가 된다.
현재 구 부회장 산하 시너지팀에서 경영 수업을 받고 있는 구 상무가 전무로 승진할 경우 LG그룹 내 주력 계열사인 LG화학으로 이동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미국 로체스터대 공대를 졸업한 구 상무는 2006년 LG전자 재경부문 금융팀 대리로 입사해 ㈜LG로 오기 전까지 LG전자 TV와 PC를 담당하는 홈엔터테인먼트(HE)사업본부, 홈어플라이언스(HA)사업본부 등에서 실무 경험을 쌓았다. LG그룹 미래 핵심 먹거리로 꼽히는 LG화학 배터리 사업 관련 경험까지 쌓으면 LG그룹 주요 사업을 모두 경험하게 된다.
재계 관계자는 “구 명예회장은 50세가 되던 해(1975년)에 그룹을 물려받았고, 구 회장도 50세 때(1995년) 회장직에 올랐다”며 “변화보다는 안정을 우선적으로 추구하는 LG그룹은 구 부회장을 안정적 징검다리로 삼아 시간을 두고 승계 작업을 진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구 상무는 구 회장(11.28%), 구 부회장(7.72%)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LG 지분(6.03%)을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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