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기준 제조업 가동률이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이후 18년 만에 가장 낮은 70.3%로 떨어졌다. 미래 경기에 대한 기업인들의 기대치를 보여주는 기업경기실사지수는 외환위기 이후 최장인 19개월 동안 기준선(100) 미만이고, 10월 청년실업률은 8.5%로 17년 만에 최고치다. 수출과 내수 위축으로 공장이 멈춰서고 기업의 투자심리가 얼어붙으면서 실업률이 동반 상승하는 악순환이 이어진 것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집값 급락과 기업 부실이 겹치는 복합 충격에 ‘전염적 뱅크런(대랑 인출 사태)’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경기가 바닥을 치면 다시 반등할 것이라는 희망도 생기기 마련이다. 그러나 지금은 각국이 보호무역주의의 장벽을 쌓으면서 수출 전선에 먹구름이 깔린 데다 중국의 성장 마지노선(6.5%)이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불확실한 상황이다.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을 포함한 확장적 정책의 실탄을 이미 다 써서 정부 주도 부양책도 더는 효과를 내기 어렵다. 이달 중 미국의 금리 인상을 신호탄으로 금융 부실이 실물경제를 덮치기 시작하는 순간 ‘제2의 국제통화기금(IMF) 위기’가 터질 수도 있다.
지금의 경기 부진이 경제 활성화 정책을 모두 집행하고도 나타난 결과라면 민관은 다른 정책을 찾아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경제 활성화 정책을 집행할 법안들이 모두 국회에 묶여 있어 현장에선 힘을 써보지도 못하고 위기를 맞는 상황이다. 지역전략산업 육성을 위한 규제프리존 특별법안만 해도 19대 국회 때인 올 3월 발의된 뒤 자동 폐기됐다가 20대 국회가 열린 5월 다시 발의됐지만 11월에야 달랑 두 번 기획재정위원회 소위가 열렸을 뿐이다. 새누리당 조경태 의원이 기재위원장이고, 여야 정책위의장이 모두 기재위원으로 참여하고 있지만 아무도 신경 쓰는 사람이 없다.
국회의원들이 당리당략에 골몰하느라 국가 대계를 위한 법안을 외면하는 현실에서는 임종룡 경제부총리 후보자가 임명되더라도 큰 변화를 기대하긴 어렵다. 한국 경제에 환란 수준의 위기가 본격적으로 닥친다면 정부는 물론이고 20대 국회의원들이 죄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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