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머루 와이너리… 막걸리문화원… 家業에 ‘아이디어 날개’ 달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1일 03시 00분


6차산업 우수사례 경진대회… 경영체 부문 수상 2인 스토리

《 구시대의 낡은 산물처럼 여겨지던 농업이 ‘미래 산업’으로 변신하고 있다. 최근 농촌에서는 1, 2, 3차 산업의 특징을 모두 갖춘 ‘6차 산업’에 도전하는 젊은 농업인이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이들 중에는 가업에 새로운 가치를 더해 더 큰 성공을 일궈낸 사람들도 있다. 지난달 22일 농림축산식품부 주최로 열린 ‘2016년 6차 산업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경영체 부문 대상을 수상한 서충원 경기 파주시 산머루농원 영농조합법인 대표(38)와 우수상 수상자인 김동교 충남 당진시 신평양조장 대표(42)가 대표적인 예다. 》

○ 외국인이 더 많이 찾는 토종 와이너리

서충원 산머루농원 대표가 ‘와인 터널’에서 숙성시킨 와인을 살펴보고 있다. 서 대표는 와인 터널을 관광상품화하는 등의 다양한 시도를 통해 연 15억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산머루농원 제공
서충원 산머루농원 대표가 ‘와인 터널’에서 숙성시킨 와인을 살펴보고 있다. 서 대표는 와인 터널을 관광상품화하는 등의 다양한 시도를 통해 연 15억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산머루농원 제공
 서 대표의 산머루농원은 1차 산업이 6차 산업으로 진화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다. 그의 부친인 서우석 회장(72)은 1979년 국내 최초로 야생 산머루를 재배하기 시작했다. 1990년대에는 머루주와 머루즙 제조 등에 나서며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2대인 서충원 대표가 경영에 몸담으면서 사업은 기업화의 궤도에 올랐다. 한국농수산대학 1기 졸업생인 그는 2000년 대학 졸업 직후 영농후계자로 사업에 뛰어들었고 2012년부터 대표직을 맡고 있다. 서 대표는 “아버지가 산머루의 수확, 개량을 통해 무에서 유를 만들었다면 나는 판매와 유통, 신사업에 힘쓰며 가치를 높이려 애썼다”고 말했다.

 산머루농원은 연간 300t가량 생산되는 머루로 와인, 머루즙, 잼 등 다양한 가공식품을 만들고 있다. 특히 20가지 제품 중 12가지를 차지하는 와인이 대표 상품이다. 산머루농원은 국내 최초로 와인 숙성용 터널을 만들어 화제가 됐다. 산머루 와인은 프랑스어로 ‘서씨네 머루’란 뜻이자 ‘머루 드세요’라고 읽히기도 하는 ‘MEORU DE SEO’란 브랜드로 팔린다. 그는 “대형 업체와 경쟁하기 위해 다품종 소량생산을 원칙으로 한다”고 말했다.

 산머루농원은 체험 관광지로서도 유명하다. 서 대표는 주변 사람들이 73m에 달하는 와인 터널을 신기해하는 것에 착안해 와이너리 체험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산머루 와이너리에는 특히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다. 지난해 이곳을 찾은 관광객 7만2000여 명 중 외국인이 60%가 넘는 4만4000명이나 됐다. 외국인 관광객 유치는 서 대표가 발로 뛰어 만들어 낸 성과다. 그는 “차별화된 외국인용 체험 프로그램을 갖추고 경기관광공사, 한국관광공사와 함께 해외 여행업체를 돌면서 설명회를 열고 관계자들을 초청했다”고 말했다.

 산머루농원은 최근 파주 지역 농가와 함께 ‘결합 관광상품’을 만들고 있다. 서 대표는 “낙농농가와 함께 산머루 요구르트를 개발했고, 외국인 관광객을 겨냥해 산머루 초콜릿과 분말 등 신상품 개발을 진행 중이다”라고 소개했다.
○ 막걸리에 문화를 입히다

김동교 신평양조장 대표가 충남 당진시의 ‘백련양조문화원’에서 자사의 막걸리를 소개하고 있다. 그는 “젊은 세대에게 막걸리를 알리기 위해 다양한 문화적 시도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평양조장 제공
김동교 신평양조장 대표가 충남 당진시의 ‘백련양조문화원’에서 자사의 막걸리를 소개하고 있다. 그는 “젊은 세대에게 막걸리를 알리기 위해 다양한 문화적 시도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평양조장 제공
 김동교 신평양조장 대표는 할아버지인 고 김순식 씨가 1933년 시작한 가업을 3대째 이어오고 있다. 그는 2010년 부친인 김용세 회장(73)으로부터 양조장 경영을 물려받았다. 직전까지 그는 삼성전자 글로벌마케팅팀 과장이었다. 전 세계에 반도체와 전자제품을 팔던 그가 “별 관심이 없었던” 가업을 물려받게 된 계기는 2009년 불었던 ‘막걸리 열풍’이었다.

 김 대표는 “막걸리 산업은 아버지 대에서 끝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버지를 따라간 시음회에서 사람들이 몰리는 것을 보며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신평양조장의 백련막걸리는 당진 대표 농산물인 해나루쌀과 연잎을 주원료로 만든다. 청와대 만찬주(2009년)로 지정될 만큼 고급 전통주로서 가치를 인정받았지만 높은 단가 때문에 유통이 쉽지 않았다.

 김 대표는 대안으로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과 강남역 인근에서 퓨전 막걸리바 ‘셰막’을 직접 운영하는 방법을 택했다. 그는 막걸리에 젊은 이미지를 입히는 일에도 노력을 기울였다. 막걸리 용기 재질을 플라스틱에서 유리로 바꾸고 로고를 비롯한 패키지 디자인을 모두 바꿨다.

 지난해 3월에는 당진 신평면의 미곡창고 건물을 개조해 전통주 문화체험장인 ‘백련양조문화원’을 열었다. 이곳에는 1933년 문을 연 신평양조장이 개장 때부터 지금까지 양조 작업에 사용하고 있는 각종 도구와 역사 자료 등이 전시돼 있다. 전통주 만들기 체험 과정도 운영하고 있다. 그 사이 양조장의 총 매출액은 그가 경영에 참여하기 전인 2010년의 9배로 뛰었다. 김 대표는 “막걸리 산업이 대형 업체 위주로 재편돼 유통 채널을 확대하려면 단가를 낮춰야 하는데 제품의 질은 아버지가 오랫동안 지켜온 철학이라 손댈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문제를 막걸리에 문화를 입히는 방식을 통해 해결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앞으로 백련양조문화원을 테마파크형 문화공간으로 꾸밀 예정이다. 그는 “전통적인 것들로 문화 콘텐츠를 만들면 새로운 사업에 충분히 응용할 수 있다”며 “이런 점에서 농촌에 뛰어드는 젊은이들은 아주 많은 기회를 발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공동기획: 농림축산식품부
#산머루#와이너리#토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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