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뷰스]엄마의 마음으로 원산지 확인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5일 03시 00분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요즘 음식점에 가면 ‘내 자녀에게 먹인다는 마음으로 만들겠습니다’는 문구가 종종 눈에 띈다. 좋은 것, 안전한 것, 믿을 수 있는 것만 자녀에게 먹이고 싶은 것이 엄마의 마음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엄마들은 시장이나 마트에서 먹을거리를 살 때 원산지부터 확인한다. 국내산인지 외국산인지, 어느 지역에서 재배한 것인지까지 꼼꼼하게 살핀다.

  ‘귤화위지(橘化爲枳)’라는 중국 고사성어가 있다. ‘남쪽의 귤을 북쪽 지방으로 옮겨 심으면 탱자로 변한다’는 말이다. 기후와 풍토에 따라 과일 맛이 달라진다는 말로 흔히 인간의 성질 역시 주위 환경에 따라 변한다는 뜻으로 쓰인다.

 귤화위지의 뜻을 현대적 맥락에서 살펴본다면 농산물 원산지의 중요성을 시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귤이 탱자로 변할 만큼 지역별 자연환경은 천차만별이다. 또 농약 사용량 같은 재배환경도 국가별로 다르다. 지구 반대편에서 자란 과일이나 곡물이 우리 밥상에 오르는 지금은 소비자들이 원산지를 알고 먹는 것이 이전보다 훨씬 중요해졌다.

 우리나라는 1994년부터 원산지 표시 제도를 시행했다. 첫 대상 품목은 쌀과 건고추였다. 지금은 거의 모든 국내산 및 외국산 농수산물과 가공품이 원산지 표시 대상이다. 원산지 표시 이행률도 매우 높다. 정부의 지속적인 계도와 단속 강화로 지난해 원산지 표시율은 96%를 넘어섰다. 하지만 원산지 표시를 제대로 하지 않거나 거짓으로 해 적발되는 업체도 매년 4000여 곳에 이른다. 정부가 지도를 열심히 하고 단속을 강화하고 처벌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소비자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감시 역할이 무엇보다 필요한 이유다.

 원산지 표시는 소비자와 생산자 모두를 위해 꼭 필요한 제도다. 소비자들은 안전한 먹을거리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얻을 권리가 있다. 생산자들은 원산지가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자신이 땀 흘려 생산한 농산물을 제값 받고 팔 수 있다. 원산지 표시 제도는 더 많은 소비자들이 우리 농식품을 믿고 구매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최근엔 외식이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외국산 농산물은 국내 외식업 소비량의 상당량을 차지한다. 이는 원산지 표시가 갈수록 더 중요해지는 이유이다. 정부는 올해부터 음식점의 원산지 표시 규정을 대폭 강화했다. 원산지 표시 의무 대상 품목을 16개에서 20개로 늘렸다. 식재료 원산지 표시판의 크기도 2배로 확대했다. 표시판을 소비자가 쉽게 볼 수 있는 곳에 걸어두도록 관련법도 개정했다.

 개정 초기이다 보니 외식업 종사자들은 원산지 표시와 관련해 다소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바쁜 일상 중에 표시판을 다시 만드는 것은 무척이나 번거로운 일일 수 있다. 하지만 제대로 된 원산지 표시는 장기적으로 우리가 반드시 가야 할 길이다.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없애고 외식업계 전반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새로운 원산지 표시제가 하루빨리 정착되도록 해야 한다.

 정부는 자녀들의 먹을거리를 꼼꼼히 확인하는 엄마의 마음으로 음식점 원산지 표시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원산지 표시제가 제대로 시행될수록 우리 국민은 건강하고 안전한 농식품을 먹게 되고, 우리 농업과 농식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과 애정은 더 커질 것이다. 국민 여러분에게 다소 불편과 어려움이 있더라도 농업 및 관련 산업의 발전과 국민 안전을 위해 원산지 표시제에 적극 협조해 주실 것을 부탁드린다.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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