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년만에 대통령 불참한 ‘무역의 날’ 기념식 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53회 무역의 날
기념식에서 황교안 국무총리(왼쪽)가 ‘수출의 탑’ 수상자들이 답례 인사를 하는 동안 격려의 박수를 치고 있다. 기념식에는 역대
대통령이 매년 참석해왔지만 올해 박근혜 대통령은 참석하지 않았다. 1989년 노태우 대통령이 해외 순방으로 참석하지 않은 이래
27년 만의 불참이며, 국내에 있으면서 참석하지 않은 대통령은 박 대통령이 유일하다. 뉴시스
5일은 ‘제53회 무역의 날’. 한 해 동안 수출 기업들이 올린 성과를 자축하는 날이지만, 이날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 코엑스에서 열린 행사장은 마냥 축하할 수만은 없는 분위기였다. 한국의 수출 실적이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데다 14년 만에 100억 달러 수출의 탑을 받는 기업이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여전히 아이디어와 연구개발, 그리고 집념으로 ‘블루오션’을 창출하며 수출 불황을 이겨낸 기업들도 있었다. ○ 불황에도 수출시장 확대한 기업들
이날 문종박 현대오일뱅크 대표이사, 하성용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대표이사, 송무석 삼강엠앤티 회장, 이귀영 디와이오토 대표이사, 임근조 에스티팜 대표이사는 금탑산업훈장을 수훈했다. 문 대표는 2014년 취임한 뒤 석유제품 수출국을 24개국에서 42개국으로 늘렸다. 송 회장은 조선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선박용 부품 분야에서 일본 등 해외시장 개척에 성공했고 이 대표는 자동차 부품 분야에서 지난해 매출액 대비 수출비중 51%를 달성했다. 임 대표는 원료의약품 단일품목으로는 국내 처음으로 올해 수출 1억 달러를 달성했다. 이들을 포함해 총 760명의 수출 유공자들이 산업훈장 및 포장, 대통령표창, 국무총리표창, 무역협회장상 등을 받았다. 수출의 탑을 수상한 기업은 1209개사다. ○ 게임으로 수출시장 정복
중국과 일본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FPS(1인칭 사격) 게임 ‘크로스파이어’를 개발한 스마일게이트엔터테인먼트는 이날 5억 달러 수출의 탑을 수상했다. 스마일게이트는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1년간 총 5억1000만 달러(약 5967억 원) 수출 실적을 기록했다. 2007년 처음으로 크로스파이어를 중국과 일본에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현지 게이머들의 입맛에 맞추는 전략으로 유례없는 인기를 끌었다. 현재 80곳이 넘는 나라에 5억 명의 회원을 보유하면서 세계 1위 FPS 게임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모바일 게임업체 컴투스도 이날 2억 달러 수출의 탑을 수상했다. 컴투스는 1999년 한국에서 최초로 모바일 게임을 개발했고 지금은 169개 국가에 게임을 서비스하고 있다. ○ 라면으로 1억 달러 수출의 탑 수상한 농심
신라면으로 친숙한 농심은 라면업계 최초로 ‘1억 달러 수출의 탑’을 수상했다. 농심은 스위스 융프라우에서 네팔 히말라야 산맥, 칠레 푼타아레나스까지 세계 방방곡곡에 라면 등 식품으로 한국의 맛을 알리며 ‘한류 전도사’ 역할을 해내고 있다. 미국, 중국에도 생산공장을 가동하고 있으며 100여 개 국가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국내 식품업계에서는 최대 규모인 150여 명의 연구개발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은 화장품으로 세계 시장을 주름잡았다. 2억 달러 수출의 탑을 수상한 LG생활건강은 중국, 일본, 베트남, 싱가포르, 미국, 홍콩 등에 생산 및 판매법인을 보유하고 있다. 역시 2억 달러 수출의 탑을 수상한 아모레퍼시픽은 중국, 홍콩, 대만 등 세계 14개 국가에 현지법인을 두고 수출시장을 공략했다. ○ ‘빅딜’ 한화토탈은 복덩이로
이날 수출의 탑 수상기업 중 최고액(50억 달러 수출의 탑) 수출 실적을 기록한 한화토탈은 지난해 삼성그룹에서 한화그룹으로 넘어온 뒤 그룹의 복덩이가 됐다.
삼성은 당시 비주력 계열사를 정리하는 차원에서 삼성토탈(현 한화토탈)을 한화에 넘겼다. 이후 한화토탈의 실적이 급속히 좋아지면서 한화그룹은 ‘표정관리’에 들어갔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화토탈은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1년간 수출 53억 달러(약 6조3070억 원)를 기록했으며 올해 3분기까지(1∼9월) 영업이익은 1조848억 원으로 사상 최대다. 한화토탈 관계자는 “애초부터 포커스를 수출로 잡고 사업을 발전시켜왔기에 수출 실적이 좋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기념식에는 ‘최순실 게이트’에 이은 탄핵정국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불참했다. 역대 세 번째 불참이지만 해외 순방이 아니라 대통령이 국내에 머물고 있으면서 기념식에 불참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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