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업계 첫 ‘10억 달러 수출 탑’ 한국항공우주산업 하성용 사장
설립 15년만에 수출 20배로 성장… “항공기 산업엔 조선업 넘을 잠재력”
“조선업이 무너지고 있는 상황에서 항공업은 향후 수십 년간 한국의 새로운 먹을거리가 될 수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과 직결된 최첨단 기술이 집약된 데다 수작업이 많아서 고용창출효과도 크죠. 전 세계 시장이 6000억 달러(약 704조 원) 규모인데 이 중 3%인 200억 달러(약 23조 원)만 차지해도 얼마입니까. 전혀 불가능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5일 국내 항공업계 최초로 ‘10억 달러 수출의 탑’과 ‘금탑산업훈장’을 받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하성용 사장(65·사진)의 말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하 사장은 이날 무역의 날 행사 직후 기자를 만나 “오늘 수상은 국내 항공업 발전의 본격적인 시작을 의미할 뿐이다. 더 키워 나가라는 명령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선·철강 등 중공업 분야의 수많은 기업이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국내 유일의 완제기 제조업체인 KAI의 성장은 눈에 띈다. 2000년 설립 직후에는 수출이 900억 원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매출의 62%인 1조8000억 원을 수출했다. 15년 만에 20배로 성장했다. 이대로라면 2년 뒤에는 ‘20억 달러 수출의 탑’ 수상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 사장은 “현재 동남아·중동·남미·아프리카 등 신흥 시장과 일부 유럽국가 등 13개 나라와 수출 협상 중이고 그 규모가 50억∼60억 달러에 이른다”고 밝혔다.
회사는 급성장했지만 항공업에 대한 국내의 낮은 인식과 최근의 정치 불안은 걱정거리다. KAI는 록히드마틴과 손잡고 1000대, 38조 원 규모인 미국 고등훈련기 교체사업(APT) 입찰에 곧 참여할 계획이다. KAI로서는 사운이 걸린 수주 경쟁이다. 일정상 내년 6∼9월이 가장 중요한 시기가 될 텐데, 현재 시국이라면 한국 대선이 이 시기에 치러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하 사장은 “정부가 워낙 큰 영향을 미치는 산업이라 불확실성이 크지만 성능과 가격 경쟁력 등 ‘기본’에 충실해야 하는 것은 변함없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공군이 요구하는 사항을 경쟁기종보다 더 잘 충족시킬 자신이 있다”고 강조했다.
KAI는 2030년 즈음에 군용기를 넘어 민항기 사업 분야를 확대하고 항공정비(MRO) 단지를 관광과 연계시키는 등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하 사장은 “항공기 제조업이 조선업을 넘어설 만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국민들이 꼭 알아줬으면 한다”는 말로 인터뷰를 끝맺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