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쇼핑 27조 > 백화점 판매 24조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6일 03시 00분


‘2016 유통 대세’ 떠오른 손안의 쇼핑

 
주부 이민영 씨(32)는 올해 초 출산한 이후 주로 스마트폰을 이용해 쇼핑한다. 어린 아기를 데리고 오프라인 매장에 가기 쉽지 않은 데다 컴퓨터(PC) 전원을 켤 짬을 내기도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이 씨는 “결제가 편리한 모바일용 앱카드를 한 번 내려받으니 모바일 쇼핑이 훨씬 편하다”며 “배송도 빨라져서 침대에 누워 자기 전에 기저귀, 분유 등을 주문한다”고 말했다.

 2016년 한 해에는 모바일 쇼핑이 ‘대세’ 유통으로 떠올랐다. 소비침체와 더불어 소매시장 내 업태별 구조조정에 가속이 붙으면서 스마트폰이 주요 쇼핑채널로 부상한 것이다.

 이에 따라 올해 처음으로 모바일 쇼핑이 백화점 판매액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1∼10월 누적 모바일 쇼핑 판매액(거래액)은 27조7214억 원으로 백화점의 24조3150억 원을 추월했다. 이 기간 모바일 쇼핑 판매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9.1% 증가했다. 편리함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이 전통적인 쇼핑 채널이던 백화점보다 스마트폰을 택한 셈이다.
○ 대세가 된 모바일 쇼핑

 
지난해 단일 소매업태 1위를 지켜오던 대형마트를 누른 전체 온라인 시장은 올해 첫 60조 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1∼10월 누적 매출이 52조5648억 원에 이른다. 유통업계에서는 이런 속도라면 2018년에는 100조 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한다. 100조 원은 전체 소매시장의 30%에 해당한다. 

 이 중에서도 모바일 쇼핑은 올해 처음으로 PC를 넘어섰다. 지난해 10월 전체 온라인 쇼핑에서 모바일이 차지하는 비중은 47.9%였지만 올해에는 56.1%로 높아졌다. 증가 속도도 PC보다 빠른 상황이다.

 모바일을 포함한 온라인 쇼핑의 부상은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인 현상이다. 미국 전자상거래 분석업체 어도비에 따르면 지난달 24일(현지 시간) 미국 블랙프라이데이 모바일 매출은 사상 처음으로 10억 달러(약 1조1700억 원)를 넘어 12억 달러(약 1조4000억 원)에 이르렀다. 월스트리트저널 등 미 주요 언론들은 “더 이상 블랙프라이데이 전날 밤에 줄 서는 현상을 볼 수 없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국내 주요 유통업체들도 모바일에 맞춘 프로모션 등을 기획하고 있다. 11번가는 지난달 패션스타일리스트가 옷 입는 노하우 등을 알려주는 ‘모바일 스타일리스트’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11번가 관계자는 “전체 상품 종류 중 PC에서 모바일로 제일 먼저 넘어온 것이 패션”이라며 “특히 모바일 패션 고객은 2030 비중이 42%에 이른다”고 말했다. 11번가에서 패션 상품 판매액에서 모바일 비중은 2012년 11%로 시작해 올해 1∼10월 비중은 71%까지 높아졌다. 특히 여성의류 모바일 비중은 10월 한 달 기준 88%다.
○ 돈 버는 곳은 소수

 모바일과 온라인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전통적인 오프라인 업체들도 모바일 및 온라인 시장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신세계그룹의 온라인몰 SSG닷컴은 올해 ‘쓱’이라는 신조어를 낳으며 마케팅을 강화했다. 쿠팡, 티몬, 위메프 등 신생 소셜업체들은 빠른 배송 경쟁을 벌이며 순위 다툼 중이다.

 그러나 시장이 급성장하는 것과 역설적으로 실제 온라인 판매로 돈을 버는 업체는 손에 꼽는 실정이다. 오픈마켓과 소셜커머스, 대형마트몰 중에서 올해 영업이익 흑자가 예상되는 곳은 옥션과 G마켓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 정도다. 올해 1∼10월 월평균 순방문자수 1위인 11번가도 마케팅비용 과다 지출로 흑자 전환이 어려울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로켓배송’으로 인기를 끈 쿠팡은 지난해 매출이 1조1337억 원이었지만 영업손실도 5470억 원이었다. 매출의 절반이 영업손실인 셈이다. 쿠팡은 결국 올해 10월 무료 로켓배송 기준액을 기존 9800원에서 2만 원으로 올렸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배송경쟁, 물류창고 건설, 가격 경쟁으로 비용은 증가하고 있지만 멈출 수 없는 시장”이라며 “결국 몇몇이 퇴출되고 정리가 되어야 이익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서정연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아직 국내에서 지배력을 갖춘 온라인 사업자는 없는 상황”이라며 “어떤 차별화된 상품으로 승부할 것인지 고민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모바일#백화점#쇼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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