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청이 서울시내 신규 면세점 3곳에 대한 추가 특허심사 결과를 17일 발표하기로 잠정 결론을 내리면서 업체 간 물밑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추가 면세점 사업자 선정과 관련해 검찰 수사가 이어져 대대적인 홍보 활동보다는 개별 공약과 정책을 알리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 조용한 롯데 vs 적극적인 현대와 SK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재승인이 시급한 롯데면세점은 별다른 정책이나 공약 발표 없이 조용한 분위기다. 올 10월 입찰 서류 제출 전후에는 중소면세점과의 상생 계획을 발표하고 태풍 ‘차바’ 피해 주민 성금을 내는 등 사회공헌사업에 집중했다. 하지만 롯데면세점의 미르재단 출연에 관한 의혹이 불거지면서 최근에는 관련 사업의 대외 홍보도 자제하고 있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기준대로만 심사한다면 월드타워점이 심사를 통과할 거란 자신감이 있다”며 “장선욱 대표를 비롯한 실무진이 프레젠테이션 일정 통보를 기다리며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워커힐면세점 재승인을 노리는 SK네트웍스는 최근 잇달아 관련 공약 및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이달 6일에는 상사 부문 해외 법인과 지사가 현지 거래처에서 관광객 유치협력 의향서를 받았다고 밝혔다. 지난달 24일에는 지역 전통시장과의 상생을 위한 콘퍼런스를 열기도 했다. 워커힐면세점 관계자는 “최근 비선 실세 최순실 씨 관련 의혹이 불거지며 일정이 다소 늦춰지기는 했지만 다음 주에도 워커힐의 강점을 알릴 수 있는 각종 자료와 계획을 계속 발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현대면세점은 입찰 서류 제출 직후부터 적극적으로 공세를 펼쳤다. 10월 17일에는 면세점 부지인 백화점 무역센터점 인근 교통 개선 대책을 발표했다. 이후 300억 원 규모의 관광 인프라 개발 계획과 200억 원 규모의 지역 문화 육성 및 소외계층 지원 계획을 잇달아 발표하기도 했다.
○ 신세계와 HDC신라는 공약 이행에 박차
지난해 면세점 사업에 뛰어든 신세계면세점과 HDC신라면세점은 지난해 내놨던 공약을 이행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신세계면세점은 6일 전통문화 복합공간 ‘대한민국 명인명장 한 수’를 명동점 인근 메사빌딩에 열었다. 무형문화재 지정보유자 등 장인 53명의 작품을 직접 보고 구매까지 할 수 있다. 9월에는 같은 건물에 신세계면세점이 CJ E&M과 함께 운영하는 케이팝 공연장 ‘소년24 전용관’도 들어섰다. 모두 지난해 신규 면세점 입찰 당시 발표했던 공약이다.
HDC신라면세점은 주요 공약이었던 용산전자상가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각종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올 10월에는 전자상가와 함께 ‘드래건 페스티벌’을 개최했다. HDC신라면세점 관계자는 “지난달 용산점이 위치한 용산 아이파크몰을 복합 한류타운으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것도 지역경제 활성화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심사 연기 가능성도 제기돼
업체들이 홍보전을 벌이고 있지만 정부 안팎에선 ‘면세점 심사가 연기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여러 차례 관세청에 “오해의 소지가 있는 만큼 면세점 심사 결과 발표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서도 면세점 사업자 선정에 대한 감사원 감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추가 특허 발표를 미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관세청은 예정대로 연내 발표할 움직임을 보인다. 관세청 안팎에선 천홍욱 관세청장의 강력한 의지가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천 청장은 ‘관세청장=기재부 세제실장’이란 공식을 역대 두 번째로 깬 내부인사 출신 청장이다. 발표를 연기하면 관세청이 타격을 받을 수 있는 만큼 조직 보호를 위해 천 청장이 직접 외풍 막기에 나섰다는 분석도 있다.
면세점 관계자는 “일단은 예정대로 심사가 진행된다는 전제 아래 준비하고 있지만 현재 진행 중인 국회 국정조사와 탄핵안 표결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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