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미국 대선에서 대다수의 예상을 깨고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당선됐다. 시장에서는 미국의 ‘중국 손보기 정책’(보복관세, 환율조작국 지정 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 이후 약 2주간의 중국 증시 반응은 미국의 보복에 대한 걱정을 크게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오히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약 4% 상승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가 2,003에서 1,974로 ―1.4% 하락한 것과 대조된다. 한국과 중국 증시의 이런 차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첫째, 중국 투자자들의 자신감이다. 미국의 무역보복이 가능하지 않다고 보는 투자자가 많다는 뜻일 수 있다. 중국의 대미 수출액은 전체 수출의 약 18%를 차지한다. 미국은 중국의 최대 수출대상국이다. 동시에 중국의 전체 수입 대금 중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금액의 비중도 9%로 유럽(18%)에 이어 두 번째다. 미국이 무역 보복을 하면 아이폰 중국 판매 금지나 중국의 항공기 구매선을 보잉에서 에어버스로 바꾸는 등으로 중국이 맞대응하는 상황을 예상할 수 있다.
두 번째로 중국 정부가 수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서 중국의 내수 소비와 고정자산 투자를 더 확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믿음이 크기 때문이다. 2016년 3분기(7∼9월) 중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6.7% 중에서 고정자산투자, 내수소비, 순수출의 성장기여부분은 각각 2.5%포인트, 4.8%포인트, ―0.5%포인트다. 순수출은 마이너스인 반면 투자와 소비가 사실상 성장을 이끌었다는 것이다. 미국의 보호무역 위협이 거세지면 중국 정부는 소비와 투자를 확대해 수출의 영향력을 축소하려 할 것이라는 믿음이 투자자들 사이에 확산되고 있다.
결론적으로 트럼프 당선이 중국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볼 수 있다. 오히려 중국 증시의 초기 반응을 중국경제가 미국과 맞설 수 있는 힘과 여유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현상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반면 한국경제는 트럼프 우려가 현실화될 경우 중국에 비해 훨씬 불안한 모습을 보일 것이다. 한국이라는 작은 배에 안주하다간 리스크를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충격’에 대한 대응책으로 크고 안전한 중국이라는 배로 갈아 타 리스크를 분산시키는 것이 현명할 수 있다. 잠시 더 크고 안전한 배에서 위기를 피하고, 더 많은 수익을 얻어 한국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돌아오는 것이 개인이나 한국 증시에 모두 보탬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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