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기행이 미디어를 가득 채우는 지금도 지구상에는 9명 중 1명이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의 2050년 미래 보고서는 우리를 더 걱정스럽게 한다. 세계 인구가 96억 명으로 늘어나면 단백질 수요가 현재보다 70% 더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향후 30여 년 동안의 단백질 공급량 증가 방안은 세계인의 공통 관심사가 되고 있다.
필자는 최근 몰디브에서 세계 주요 수산업체 대표들과 자리를 함께했다. 지속 가능성 연구로 권위 있는 스웨덴의 스톡홀름 복원력 센터(SRC·Stockholm Resilience Centre)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2개 수산회사를 ‘키스톤 액터(Keystone Actor)’로 선정했는데 이 중 상위 8개사가 모여 수산업의 현안과 미래에 대해 토의했다. 비정부기구(NGO)가 아닌 수산회사들이 주체가 돼 수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토의한 것 자체가 전례 없는 일로 이틀간의 격론 끝에 ‘해양 관리를 위한 공동 선언문’ 초안을 채택했다.
이 선언문에는 지속 가능한 어업과 더불어 양식 수산물 증대를 위해 세계 수산업체들이 상호 협력하자는 내용도 포함됐다. 인류가 진화하면서 육상에서는 가축을 기르는 것이 대세가 됐지만 해상에서는 아직도 물고기를 잡으러 다니고 있다. 조선술과 어법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세계 어획량은 최근 10년간 1억 t 수준에서 정체를 보이고 있다. 2050년 예상되는 단백질 절대 부족에 대응하려면 축산업처럼 양식업의 획기적인 발전이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이다.
양식업을 하지 않는 회사의 대표로서 느꼈던 당혹감은 참으로 컸다. 참석한 회사 대부분은 양식업을 융·복합 첨단산업으로 인식하며 이미 상당한 투자를 하고 있었다. 마린하베스트는 연어 양식만으로 매출 4조 원, 영업이익 4000억 원을 내고, 1만5000명이 일하는 노르웨이 최대 수출 기업 중 하나다. 여러 분야의 과학자들이 협업하며 고부가가치를 끌어내고 있었다. 양식장이라고 하면 영세한 ‘3D업종’으로 인식돼 양식을 전공한 인재들마저 양식장을 꺼리는 우리의 현실이 안타깝고 부끄러웠다.
이런 시점에 해양수산부 주도로 미래양식포럼이 발족되고, 동아일보·채널A와 해양수산부가 ‘2016 SEA FARM SHOW’를 연 것은 시의 적절한 움직임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성공적인 양식업에 필요한 핵심 역량을 이미 가지고 있다. 삼면이 바다인 데다 다양한 양식이 가능한 환경적 특성이 있다. 오랜 원양어업으로 축적한 해외 어장에 대한 지식도 풍부하다.
김, 전복 등 일부 수산물 양식에서는 이미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고, 어렵다는 참다랑어 양식에서는 일본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수정란을 생산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기술(IT) 및 조선플랜트 기술도 날개가 될 것이다. 도전의 장이 제대로 마련된다면 양식업에 뛰어들 젊은 인재도 충분하다.
양식업은 선택이 아니다. 식량자원 확보와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반드시 진출해야 하는 분야다. 기업과 양식 어민이 상생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세우고, 제도를 개선해 상업성이 전제된 세계적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보자. 한국에서도 마린하베스트와 같은 글로벌 양식 수산기업이 탄생할 날이 머지않았다. 미래양식 포럼의 리더십을 기대한다. 시작이 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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