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미스매치’ 고착화로 계층 이동성 인식 악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12일 14시 34분


대학 등에서 고등교육을 받은 우리 국민들의 비율은 다른 나라보다 높지만, 이들이 원하는 이른바 화이트칼라 일자리는 크게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일자리 미스매치'의 고착화로 자신의 계층이 상승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사람도 급격하게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12일 통계청이 내놓은 사회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25~64세 전체 인구에서 전문대 이상을 졸업한 고등교육 이수자 비율은 2014년 기준 45.0%였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고 수준이며 독일(27.0%), 오스트리아(30.0%), 핀란드(42.0%) 등을 앞선다.

하지만 정작 25~64세 인구 가운데 화이트칼라로 분류할 수 있는 관리·전문·기술직 종사자 비율은 21.6%로 독일(43.5%), 핀란드(45.2%) 등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통계청 측은 "교육기회가 짧은 기간 안에 급격히 늘어났지만, 이들을 받아들여야 할 노동시장의 구조는 변화하지 않아 이런 미스매치가 발생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격차도 빠르게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기준 근로자 5인 미만 소규모 업체의 시간당 임금은 근로자 300인 이상 대규모 업체의 39.3%에 불과했다. 4대보험(건강보험, 고용보험, 국민연금, 산재보험) 가입률도 300인 이상 기업은 95.0%에 달하는 반면, 10인 미만 사업체는 40.8%에 그쳤다.

이처럼 좋은 일자리를 잡을 기회가 점차 줄어들면서 자신을 '최하층'이라고 인식하는 가구가 갈수록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신의 사회-경제적 지위(소득·직업·교육·재산 등을 고려)가 어디에 속한다고 생각하는지를 묻는 질문에 1994년에는 12%만이 자신을 최하층을 꼽았지만, 2015년에는 이 비중이 20%로 증가했다. 반면 중간층에 속한다고 생각하는 비율은 60%대에서 53%로 낮아졌다.

1994년에는 일생동안 노력을 통해 개인의 지위가 높아질 가능성에 대한 긍정적 응답이 60.1%에 달했지만 작년에는 21.8%로 떨어졌다. 5.3%에 불과했던 부정적 응답은 20년 새 62.2%로 수직상승했다.

세종=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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