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까지 세수, 작년 총액과 맞먹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14일 03시 00분


정부예측 넘어 ‘불황 속 풍년’
기업들 긴축경영으로 실적 상승… 법인세 납부액 늘어… ‘불황의 역설’
“재정 활용 기회 놓쳐” 지적도

 올 들어 10월까지 중앙정부가 거둬들인 세금이 지난해 1년 세수(稅收)와 맞먹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이 마른수건 쥐어짜기식 경영으로 비용을 줄인 덕에 기업실적이 반짝 상승하고 이에 따라 세수가 늘어나는 이른바 ‘불황형 세수 풍년’이 현실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세무조사를 확대하거나 세율을 올려 세금을 더 받아낸 게 아니라지만 ‘세금을 너무 가혹하게 거둬 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또 이런 상황을 정확히 예측했다면 나랏돈을 경기 회복의 마중물로 더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었던 만큼 나랏돈 활용의 골든타임을 놓친 게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 사상 첫 240조 원 세수도 가능

 기획재정부가 13일 내놓은 재정동향에 따르면 올해 1∼10월 정부의 국세 수입은 215조7000억 원에 달했다. 1년 전 같은 기간과 비교해 23조2000억 원 증가한 수준이며 지난해 1년 전체 세수(215조9000억 원)와 비슷한 규모다.

 목표 세수 대비 세금 징수 수준을 보여주는 세수진도율은 92.7%에 달한다. 올 연말까지 남은 2개월간 지난해 수준만큼만 세금을 거둔다고 가정해도 사상 첫 240조 원대 세수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금이 잘 걷히는 이유는 역설적이지만 경기 불황의 영향에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조8000억 원이 더 들어온 법인세가 대표적이다. 불황을 겪는 기업들이 원가 절감에 나섰고, 원자재 가격이 떨어진 영향으로 생산원가(재료값)가 줄어들면서 그만큼 수익성이 개선돼 세수가 늘어났다.

 실제로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상장사(재무제표 분석이 가능한 511개사 대상)의 올 1∼9월 누적 순이익은 68조3671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8% 증가했다. 갤럭시 노트7 사태를 겪은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순이익 증가율은 14.9%에 달한다.

 부가가치세(60조2000억 원)는 이미 올해 연간 목표치(59조8000억 원)를 넘어섰다. 올 상반기 한시적으로 승용차 개별소비세를 깎아주면서 차량 구매가 늘어났고, 이에 따른 부가세 수입이 증가한 게 원인이다. 여기에 수출 감소로 판매자에게 돌려주는 부가세 환급금이 줄면서 세수 증대에 도움이 됐다는 분석도 있다. 부동산 시장 호황에 따른 거래 증가로 양도소득세가 늘어난 것도 영향을 미쳤다.

○ 빗나가는 세수 예측, 재정 운용에 차질

 정부가 세율에 손을 대지 않았는데도 세금이 잘 걷히는 게 재정 건전성에 해가 되진 않는다. 하지만 가계나 기업과 달리 정부의 경우 수입이 늘어나는 것을 무조건 긍정적으로 봐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많다. 정부가 불황형 흑자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해 경기가 부진한데도 나라 곳간은 남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목표치보다 세금을 덜 걷어 발생하는 ‘세수 펑크’의 비판을 피하기 위해 목표액을 지나치게 낮게 잡은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정부가 세수 예측만 제대로 했다면 성장률이 2%대 중반에 그치고 구조조정에 따른 실업대란이 터진 상황에서 재정을 보다 적극적이고 효율적으로 집행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정부가 정치권 등의 눈치를 보지 말고 치밀한 재정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안창남 강남대 교수(세무학)는 “과세 관청의 다양한 빅데이터를 활용해 세수 전망만 제대로 해도 복지에 쓸 재원을 효과적으로 확보하는 등 나라살림을 체계적으로 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세금#세수#정부#재정 건전성#경기#세수 펑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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