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훈의 트렌드 읽기]편의점에서 엿보인 올해 소비트렌드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16일 03시 00분


김경훈 한국트렌드연구소 소장
김경훈 한국트렌드연구소 소장
 편의점들 간 거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올해에만 10월까지 점포가 전년 대비 15.7% 늘어나 총 3만3547개, 인구 1541명당 1개꼴이다. 매출 규모에서도 연말까지 20조 원을 넘길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데 전년 대비 11.6%의 고성장이다. ‘혼밥’ ‘혼술’ 등 편의점이 소비문화 변화의 트렌드 세터(trend setter)가 되고 있기도 하다. 편의점업계를 성장시킨 동인은 무엇일까.

 우선 가격은 싸지만 핵심 가치를 가진 상품과 서비스로 통칭되는 칩시크(cheap chic) 현상의 대중화다. 1000원 정도에 판매하는 편의점 원두커피의 맛이 계속 나아지고 있다. 전문 바리스타들은 “아직”이라고 말하지만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넘어서 맛이 꽤 괜찮다는 소비자도 늘고 있다. 이에 따라 편의점 브랜드마다 원두커피 매출이 크게 늘며 매출 증가를 이끌고 있다. 장기적 저성장이 계속되는 가운데 칩시크 상품을 내세우는 전략은 가장 효율적인 매출 증가 방법이 될 것이다.

 두 번째는 소비문화도 서서히 4차 산업혁명의 영향권에 들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얼마 전 차량 공유 기업인 쏘카가 BMW를 CU 편의점 앞에 주차해 놓고 빌려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온라인 쇼핑몰이나 소셜커머스가 편의점과 제휴해 배달하는 O2O 서비스도 늘고 있다. 앞으로 고객을 오게 하고픈 모든 공간은 디지털로 연결된 가상 세계의 온갖 편리한 서비스가 물리적으로 실현되는 허브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이런 시스템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적 변화다. 앞으론 패션 숍에서 차를 빌려준대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정된 시장 안의 소비자 뺏기 게임만 계속된다는 우울한 전망이다. 편의점 업종의 고성장은 다른 유통 업종의 저성장을 대체한 것으로 분석된다. 대대적 마케팅을 벌였던 10월 코리아 세일 페스타 기간에 편의점은 매출이 15.5% 증가한 반면에 소셜커머스는 2.3%, 대형마트는 0.9% 매출이 느는 데 그쳤다. 올해 전체의 민간 소비 증가율도 2.4% 정도로 전망된다. 중산층이 붕괴되고 저소득층이 더 가난해져서 생기는 근본적 수요 부족 때문이다. 따라서 이 흐름을 바꾸지 못하면 2017년은 물론이고 그 이후에도 소비자 뺏기만 계속하게 될 것이다.
 
김경훈 한국트렌드연구소 소장
#편의점#소비트렌드#4차 산업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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