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의 눈]기후변화 기술개발 국가적 대응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19일 03시 00분


이규호 한국화학연구원 원장
이규호 한국화학연구원 원장
 전 세계 197개국이 참여한 ‘파리기후변화협약’(파리협약)이 지난달 4일 발효됐다. 세계 각국이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섭씨 2도 이하로 억제하자는 데 합의한 것이다. 또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CO₂) 등 온실가스 배출을 자발적으로 감축하자는 내용도 담겨 있다. 파리협약 발효는 온실가스 감축과 경제 성장을 동시에 이루는 새로운 패러다임인 ‘신기후체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계기로 볼 수 있다. 기후변화에 대한 심각성을 인식하고 세계 각국이 뜻을 모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 협약에서 한국은 2030년까지 총 3억 t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제시했다. 한국은 에너지의 97%를 수입하고 있다. 중화학공업을 기반으로 경제 성장을 이뤄왔다. 수입한 석유와 석탄, 천연가스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대표적인 온실가스인 CO₂를 불가피하게 대기 중으로 배출해왔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2030년까지 8억 t이 넘는 온실가스를 배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우리는 제시한 3억 t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함과 동시에 미래의 새로운 성장동력도 창출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환경(Environment), 에너지(Energy), 경제(Economy)를 함께 잡기 위해 많은 사람의 지혜와 협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정부도 신기후체제에 대응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담은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효율적 기후변화 대응을 통한 저탄소 사회 구현’을 기치로 내걸었다. 먼저 저탄소 에너지 정책 시행, 자국의 탄소배출권을 외국과 거래하는 ‘탄소시장’ 활용, 신기술 연구투자 확대, 이상기후에 안전한 사회 구현, 국제협력 강화, 국민 실천과 참여 기반 마련 등을 담았다. 무엇보다 청정에너지 분야 공공 연구개발(R&D) 투자를 늘려 탄소 저감, 탄소 자원화 등의 첨단기술 연구에도 나선다. 기후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수립한 ‘기후변화 대응기술 확보 로드맵’을 통해 태양전지, 연료전지 등의 기후기술 개발을 지원하기로 한 계획도 올바른 선택이다. 기후변화 대응은 혁신적인 온실가스 저감 및 처리기술 확보가 핵심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기술은 신산업 창출에 기여할 수 있어야만 지속적인 발전이 가능하다. R&D 투자는 물론이고 산업 육성을 위한 제도적 기반이 뒷받침돼야 하는 이유다. 올해 정부는 탄소 자원화를 ‘국가전략 프로젝트’로 선정했다. 더 나아가 산업계와 대학, 공공연구기관이 힘을 합쳐 ‘탄소 자원화 발전전략’ 역시 수립했다. 화석연료에서 발생하는 각종 부산물과 온실가스를 폐기해야 할 쓰레기가 아니라 산업에 필요한 연료 또는 제품 생산을 위한 원료로 활용하는 혁신기술을 적극적으로 개발하자는 것이다. 이런 첨단기술을 확보하면 온실가스 감축과 자원 순환이 동시에 가능하게 된다. 에너지 수입을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새로운 산업의 지속적인 창출 역시 가능할 것이다.

 기후변화 대응 기술은 국가적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 효율적인 연구개발과 함께 산업화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 역시 올바르게 이뤄져야만 새로운 산업으로서 세계 시장에 적극 진출할 수 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선 국내 산업계와 대학, 연구기관이 역량을 모아야 한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역시 반드시 필요하다. 혁신적 기술 개발과 정부의 관심, 국민의 참여가 뒷받침된다면 지구온난화는 위기가 아닌 새로운 기회로 다가올 것이다.

이규호 한국화학연구원 원장
#기후변화#기술개발#이규호#파리기후변화협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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