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가에도 안팔려”… 빌라시장 얼어붙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19일 03시 00분


다세대-연립주택 공급과잉 몸살

《 미국 금리 인상 발표 직후인 18일 서울 은평구 역촌동과 응암동 일대 빌라 밀집 지역과 지하철역, 버스정류장 등에선 ‘급매’ ‘특가 분양’ 등이 적힌 빌라 분양 홍보물과 현수막이 쉽게 눈에 띄었다. 은평구에서 빌라를 분양하는 업체의 한 관계자는 “1, 2년간 빌라 시장이 반짝했다가 올해는 분위기가 확 죽었다”라며 “해를 넘기지 않겠다며 필사적으로 분양하는 곳이 늘었다”라고 귀띔했다. 》
 

“가격을 내렸는데 (계약률은) 예년만 못해요. 빌라는 정말 끝물인 것 같아요.”

 미국 금리 인상 등으로 부동산시장이 급랭하면서 빌라 시장이 직격탄을 맞았다. ‘빌라’는 다세대주택이나 연립주택을 말한다. 최근 2, 3년간 지속된 전세난으로 각광 받으며 서울 외곽 지역과 경기도 일대에서 분양이 많았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의 다세대와 연립주택 준공 물량은 10만7000채로 2006년(1만6000채)의 10배나 된다. 올해도 10월까지 10만4259채로 작년 물량을 넘어설 기세다. 공급 지역은 대부분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올 10월까지 수도권에서 지어진 다세대와 연립주택은 8만5000채로 전국의 80% 수준이고,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 최대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각종 빌라 홍보물은 서울 강서·광진·중랑구와 경기 광주·안산시 등 신축 빌라가 대거 들어선 지역에선 어김없이 홍수를 이뤘다.

 강서구 화곡동 R중개업소 사장은 “지난해까지 방 두 개짜리 역세권 소형 빌라는 2억 원 이상에 팔렸지만, 지금은 2억 원을 넘는 곳이 거의 없다”라고 소개했다. 이어 “내년에는 경기가 더 나빠지고 아파트 입주 물량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빌라 급매물이 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수도권에 빌라가 집중 공급된 것은 2, 3년간 지속된 전세난과 무관하지 않다. 아파트 전세를 얻지 못한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빌라로 눈길을 돌리면서 인기를 끌었다. 저금리가 이어지자 소형 빌라를 사 임대 수익을 얻으려는 수요도 빌라의 몸값을 올렸다. 뉴타운·재개발·재건축 등 정비 사업 구역 상당수가 지구 지정에서 해제되고 건축 규제가 풀린 것도 빌라 공급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전문가들은 대출 규제와 미국 금리 인상 등 부동산 시장에 악재가 겹쳐 빌라 시장의 전망이 더 어두워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함영진 부동산114 센터장은 “부동산 시장 위축과 미국발 금리 인상의 영향으로 대출을 많이 받은 사업자들은 조바심을 낼 수 있다”라고 전망했다.

 아파트 입주 물량 증가로 매매는 물론 임차 수요도 빌라에서 아파트로 옮겨 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내년에만 37만 채의 아파트가 준공되고, 내후년에는 그보다 많은 40만 채 이상이 입주가 시작될 예정이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실장은 “빌라는 아파트에 비해 환금성이 낮은 만큼 시세 차익을 기대하기보단 실거주 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임대를 고려한다면 주변의 공실률과 시세 등을 꼼꼼히 따져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다세대#연립주택#공급과잉#부동산#특가#빌라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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