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15배 속도 농약살포… “드론, 고령화 농촌의 필수품”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22일 03시 00분


[드론이 바꾸는 세상]日 제조업체 테드-엔루트 가보니

 
“농업용 드론은 고령화 시대의 필수품입니다.”

 일본 드론업체 테드(TEAD)의 요코야마 쓰토무(橫山勉·51) 사장이 도쿄 근교 군마(群馬) 현 다카사키(高崎) 시에 위치한 테드 본사를 찾은 기자에게 건넨 첫마디였다. 한국보다 먼저 고령화 시대를 맞이한 일본에서 항공촬영, 측량 등 다른 산업용 드론에 비해 작고 가벼우며 값이 싼 농약 살포 전문 드론이 각광받고 있다면서 한 말이다.

 이런 농업용 드론의 가격은 대부분 100만 엔(약 1015만 원) 내외. 농업용 드론이 등장하기 전 주로 쓰였던 농약 살포 헬리콥터 가격은 이보다 10배 비싼 1000만 엔(약 1억150만 원) 정도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비용 절감 효과가 매우 큰 셈이다. 게다가 농약 살포 시간의 단축도 가능하다. 농업용 드론으로 1만 m²의 농장에 10L의 농약을 뿌리는 데 필요한 시간은 불과 8분. 반면 사람이 같은 일을 하면 무려 2시간이 걸린다.

 요코야마 사장은 “처음에는 쌀의 주산지인 니가타(新潟) 현, 이와테(巖手) 현 등에서만 농업용 드론을 주로 썼지만 이제 일본 전역에서 주문이 들어오고 있다”며 “드론의 여러 분야 중 농업용 드론의 성장성이 가장 밝다”고 자신했다.
○ 개인용 농업 드론의 강자 테드

 
일본 드론업체 테드의 요코야마 쓰토무 사장이 직접 제작한 드론을 조립해 보이고 있다. 다카사키=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일본 드론업체 테드의 요코야마 쓰토무 사장이 직접 제작한 드론을 조립해 보이고 있다. 다카사키=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초여름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6월 16일 테드를 찾았다. 다카사키는 한국의 경기 남양주나 의정부처럼 도시와 농촌이 혼재된 곳이었다. 거리에서 젊은이들의 모습을 찾아보긴 어려웠고 노인들만 가득했다. ‘이런 곳에 드론처럼 혁신 정보기술(IT)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가 있겠나’ 싶었다. 어렵게 당도한 테드 본사 건물도 흡사 허름한 농기계 창고 같았다.

 테드의 모기업인 요코야마 코퍼레이션은 요코야마 사장의 부친이 1963년 설립한 유통업체로 편의점과 소매점에 식품과 잡화를 공급해 왔다. 2010년 주요 거래처였던 한 가전제품 판매점이 요코야마 측에 ‘요즘 어린이들이 장난감으로 취미용 드론을 선호한다. 드론을 싸게 공급해 달라’고 요청하면서 요코야마 사장의 운명도 달라졌다.

 그는 “드론을 본 순간 ‘이거다’ 싶었다. 대형 유통업체의 등장과 계속된 경기 불황으로 회사 사정이 예전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곧바로 회사 안에 드론 담당 부서를 만들었다”고 회고했다. 초기에는 중국산 취미용 드론을 일본 소매점에 싸게 납품하는 데 주력하다 노하우가 쌓이자 외부 전문가를 영입해 농업용 드론 제작으로 방향을 틀었고 올해 초 드론 사업부를 테드(TEAD)로 분사시켰다.

 직원이 10명에 불과하지만 테드가 생산하는 멀산 닥스, 아폴로 등의 제품은 일본 정부가 보증할 정도로 뛰어난 기술력을 자랑한다. 올해 3월 일본 정부는 여러 드론업체 중 테드, 엔루트, 마루야마 제작소 등 3곳에만 ‘농약 살포 멀티로터’ 인증을 부여했다. 이 인증은 정해진 양의 농약을 균일하게 분사하는 기술이 뛰어난 드론업체에만 부여된다. 멀티로터는 회전날개(로터)가 두 개 이상인 비행체를 말한다.

 요코야마 사장은 “직원 10명인 우리 회사가 정부 인증을 받을 만한 기술력을 갖추는 것도 쉽지 않았지만 인증에 필요한 서류를 준비하는 작업도 만만치 않게 힘들었다”며 “책 한 권보다 많은 서류를 준비해야 했다”고 말했다. 실제 그가 보여준 관련 문서들은 얼핏 봐도 두께가 어지간한 백과사전보다 더 두꺼웠다.
○ 기술력으로 중국 업체 넘는다

 
고령화로 노동력 문제를 겪는 일본은 농업 분야에 드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현재는 농약 살포용 드론이 주로 쓰이지만 파종과 수확에도 드론을 이용할 날이 머지않았다. 테드 제공
고령화로 노동력 문제를 겪는 일본은 농업 분야에 드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현재는 농약 살포용 드론이 주로 쓰이지만 파종과 수확에도 드론을 이용할 날이 머지않았다. 테드 제공
테드 본사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곳은 회의실이다. 요코야마 사장이 ‘1급 기밀’이라며 사진 촬영을 하지 않는 조건으로 공개한 이곳에는 벽 한 면을 가득 채운 대형 중국 지도가 있었다. 지도 위에는 각종 스티커와 언뜻 낙서처럼 보이는 빽빽한 손 글씨가 가득했다.

 그는 “수십 개 중국 드론 회사의 이름, 위치, 특징, 장단점 등이 적혀 있다”며 “나와 직원들이 중국을 오가며 공들여 수집한 1급 정보들이 많다”고도 설명했다. 정리와 분석에 강한 일본인의 면모를 새삼 엿볼 수 있었다. 사진을 찍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웠다.

 요코야마 사장은 “세계 드론 산업을 선도하는 나라는 중국”이라며 “중국 드론이 일본 시장을 잠식하지 않도록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테드를 포함한 일본 드론업체의 공통 과제”라고 말했다. 액수를 정확히 밝힐 수는 없지만 드론 엔진 및 제어 기술을 개발하는 데 우리 돈 수십억 원을 썼다고도 털어놨다.

 테드는 현재 ‘일본 드론산업의 대부’ 노나미 겐조(野波健藏) 지바대 교수가 이끄는 지바대 드론연구소와 함께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없이도 제어할 수 있는 드론을 개발하고 있다. 레이저를 이용해 주변 지형지물을 파악하면 굳이 복잡한 GPS가 필요치 않고, 터널 등 GPS가 잘 작동하지 않는 곳에서도 드론을 잘 날릴 수 있다고 요코야마 사장은 설명했다. 그는 “올해 말부터 신제품을 판매할 예정”이라며 “최근 한 한국 업체가 우리 제품을 구입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덧붙였다.
○ 고급형 농업 드론의 강자 엔루트

 테드 방문 3일 전인 6월 13일 도쿄 북부 사이타마(埼玉) 현 후지미노(ふじみ野) 시에 있는 또 다른 농업용 드론업체 엔루트를 찾았다. 테드와 마찬가지로 일본 정부의 인증을 받은 회사로 주력 제품은 자이언 시리즈, 베르그, 쿼드플레인 등이다.

 2006년 설립된 엔루트는 원래 무선조종 자동차 및 비행기를 만드는 회사였다. 드론 시장의 성장성을 보고 2013년부터 드론 생산에 뛰어들었다. 같은 농업용 드론이라 해도 요코야마가 수백만∼수천만 원대의 드론 생산에 주력하는 반면 엔루트는 수천만∼수억 원에 이르는 고급형 드론을 주로 생산한다.

 기자를 맞은 기술부장 사이토 노보루(齊藤昇·53) 씨는 “수백만 원대 제품으로는 중국 업체의 저가 공세를 이길 수 없어 처음부터 프리미엄 시장을 겨냥했다”며 “값이 비싼 만큼 우리 제품은 대부분 고객이 주문한 후 생산에 돌입하는 방식을 택한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에만 약 400대의 드론을 판매할 것”이라며 “농업용 드론과 측량용 드론의 비중이 각각 절반 정도”라고 덧붙였다.

 엔루트는 회사 부지 내에 자체 드론 비행장까지 보유하고 있었다. 드론 비행이 가능한 먼 곳에 가야만 제품 성능을 실험할 수 있는 다른 업체와 달리 생산 직후 바로바로 성능을 평가할 수 있다.

 사이토 씨도 농업용 드론 시장 전망을 매우 낙관했다. 단순히 농약을 살포하는 수준이 아니라 파종, 수확 등 농작물 재배 전반에 드론이 쓰이는 날이 머지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통신회사 NTT도코모가 니가타 시와 함께 드론을 활용해 벼를 재배하는 사업을 시작했다”며 “고령화로 일손이 부족한 농촌에서는 드론이 스마트폰보다 더 중요한 생활기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카사키·후지미노=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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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드론#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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