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면 한 해 동안 자동차 업계를 취재한 기자들이 국내에 출시된 신차 가운데 ‘최고의 차(Car of the Year)’를 선정한다. 올해 국내에 출시된 신차는국산차 16종, 수입차 49종이다. 자동차전문기자협회는 상품성과 디자인, 편의성, 기술력 등을 따져 ‘2017 올해의 차’ 대상 후보 10개 모델(국산차 7대, 수입차 3대)을 선정했다. 한국자동차기자협회가 선정하는 ‘2017 올해의 차’는 3차에 걸친 심사와 투표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양 협회가 최종 선정한 ‘올해의 차’는 내년 1월에 발표될 예정이다. 자동차전문기자가 뽑은 ‘올해의 차’ 후보 10개 모델을 소개한다. 게재 순서는 제조사 이름에 따라 가나다순으로 배치했으며, 평가 순위와 무관하다.
기아자동차 ‘올 뉴 K7’
올해 초 2세대 모델로 돌아온 기아자동차의 ‘올 뉴 K7’은 준대형 세단의 중후한 멋에 세련된 감각을 더한 디자인으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기아차가 그동안 채택했던 호랑이코 그릴을 과감하게 포기하고 음각 타입의 라디에이터 그릴을 넣었다. 그동안 고급 수입차에서만 보던 디자인이라 파격적이면서도 고급스러워졌다는 평가가 나온 이유다.
그 덕분에 사전 계약 첫날부터 계약 대수가 2000대를 넘는 등 초반 흥행에 성공했다. 출시 이후 월 4000∼5000대의 판매를 유지했다. 다만 형님격인 현대자동차 ‘그랜저 IG’가 출시되면서 연말로 갈수록 판매량이 감소했다. 10월부터 배우 공유가 광고를 맡으면서 판매량이 다시 오를지 관심이 모아진다.
신형 K7은 국산 최초로 개발한 전륜 8단 자동변속기가 적용됐다. 변속을 알 수 없을 정도로 부드럽게 단수가 바뀌는 것이 특징이다. 편안한 주행성능 덕분인지 삼성그룹 임원이 많이 타는 차라는 별칭이 붙었다. 실제로 기아차는 삼성 임원용 특별 스펙을 넣은 K7을 만들어 판매 중이다.
르노삼성자동차 ‘SM6’
SM6는 “현대자동차가 만든 차급 체계에 얽매이지 않겠다”며 올 3월 르노삼성차가 내놓은 야심작이다. 르노삼성차가 5년 만에 국내 시장에 내놓은 신차다. 기존 모델 ‘SM5’급이면서도 ‘SM7’의 고급스러움을 갖추겠다는 차별화 전략에 “혹시라도 현대차 ‘아슬란’처럼 되는 것 아닌가?”라는 시각이 있었던 것도 사실.
하지만 이것이 기우였음을 보여주듯 SM6는 확실히 시장 안착에 성공했다. 영업일 기준 열흘 만에 사전 계약 5000대를 넘어서더니 올해 목표로 내세웠던 5만 대 이상 판매도 이미 달성했다.
SM6는 르노삼성차와 프랑스 르노가 공동으로 개발한 중형 세단이다. 지난해 유럽 시장에서 ‘탈리스만’이란 이름으로 발표됐다.
SM6는 SM5보다 길이가 짧고 높이가 더 낮다. 대신 휠베이스(앞바퀴와 뒷바퀴 사이 거리)가 2810mm로 긴 덕분에 넓고 낮은 안정적인 자세를 뽐낸다. 태블릿PC를 옮겨놓은 것 같은 8.7인치의 ‘S-Link’ 시스템, 운전자 개개인 스타일에 맞춘 주행 모드 세팅 등 운전하는 재미를 더했다.
르노삼성자동차 ‘QM6’
9월 출시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QM6는 하반기 국내 자동차 시장을 뜨겁게 달군 모델이다. SM6에 이어 르노삼성차는 QM6로 내수 시장에서 연타석 ‘홈런’을 쳤다.
QM6는 영업·마케팅의 귀재로 손꼽히는 박동훈 르노삼성차 사장이 4월 처음으로 한국인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오른 후 출시한 첫 차이기도 하다. QM5의 후속으로 나온 모델로, 이미 높은 점수를 따낸 SM6의 디자인을 그대로 이어받았다.
내수 시장 3위까지도 넘보겠다는 르노삼성의 야망이 담긴 차인 만큼 쏟은 애정도 각별하다. 3년 6개월 동안 개발비용 3800억 원을 들였다. 르노삼성차 중앙연구소가 디자인과 부품 개발 등 모든 개발 프로젝트를 총괄 진행했다.
경쟁 SUV 모델보다 가격이 다소 낮은 덕에 판매 성적도 좋다. 10월 QM6는 4141대가 팔려 이 시장 강자였던 현대차 ‘싼타페’(4027대)를 제치는 이변을 연출하기도 했다.
메르세데스벤츠 ‘더 뉴 E300’
올해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의 ‘만년 2위’ 설움을 떨치게 해준 효자는 ‘E클래스’다. 그중에서도 6월에 출시된 ‘더 뉴 E300’은 11월까지 4925대가 판매되며 하반기 흥행을 확실하게 이끌었다.
7년 만에 완전 변경(풀체인지)된 10세대 E클래스는 최신 자율주행 시스템과 운전자 보조·안전 기능들이 대폭 강화됐다. 벤츠의 최상급 모델인 ‘S클래스’와 차체 디자인이 비슷해진 점, 4기통 2L급 엔진이지만 운전 성능은 6기통 엔진과 별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 점 등이 ‘가격 대비 성능(가성비)’을 따지는 한국 고객들의 사랑을 받은 이유로 꼽힌다.
볼보 ‘올 뉴 XC90’
XC90은 올 한 해 수입 SUV 시장에서 단연 화제였다. 대형 고급 SUV인 XC90은 볼보 특유의 절제되고 세련된 북유럽 디자인으로 존재감을 부각시켰고, 여기에 올해 국내 수입차 업계에서 처음으로 반자율주행 기능을 선보였다.
XC90은 7월 판매가 시작된 이후 11월까지 661대가 팔렸다. 볼보 브랜드가 달린 ‘1억 원짜리 SUV’가 한국 시장에서 과연 몇 대나 팔릴 수 있을까 하는 일각의 우려를 말끔하게 씻어낼 정도로 양호한 성적이다.
기존 BMW ‘X5’, 벤츠 ‘GLE’ 등 독일 브랜드가 주도해오던 고급 SUV 시장을 뒤흔드는 데 성공하면서 볼보에 2016년은 한국 시장에서 브랜드 선호도를 높이는 데 성공한 해로 기록될 듯싶다. 박은서 clue@donga.com·정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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