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라라랜드’에 등장하는 주인공 세바스천(왼쪽)과 미아의 모습. 영화 속에서 미아는 할리우드의 여느 사람들처럼 도요타 ‘프리우스’를 타고 다닌다.
별들의 도시 할리우드. 이 도시를 돌아다니는 수많은 스타는 언론을 통해 자신의 초호화 자동차를 뽐내기도 하지만 의외로 도요타 ‘프리우스’를 타고 다니는 모습을 많이 노출시키기도 한다. 1997년 세상에 등장한 프리우스는 친환경차의 대명사로 자리를 잡으면서 ‘검소한 이미지’와 ‘친환경 감성’을 드러내고자 하는 할리우드 스타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아 왔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부터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브래드 피트, 카메론 디아즈, 톰 행크스 등 유명 배우들까지 프리우스를 타면서 2012년 아카데미 시상식장 주차장은 프리우스로 가득 차기도 했다.
그들처럼 되고 싶어서였을까. 뮤지컬 영화 ‘라라랜드’에서 배우를 꿈꾸는 주인공 ‘미아(엠마 스톤)’도 프리우스를 탄다. 프리우스는 영화에서 출근하는, 파티에 가는, 고향으로 돌아가는 미아의 발이 돼 영화 내내 등장한다. 심지어 대사에서도 등장하는데, 상대역인 ‘세바스천(라이언 고슬링)’이 파티장 주차 부스에서 열쇠를 가져다주기 위해 “차가 뭐예요?”라고 묻자 미아가 “프리우스요”라고 답한다. 하지만 주차부스에 걸린 열쇠는 죄다 프리우스 모델의 것. 프리우스를 로스앤젤레스(LA)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한 영화 속 작은 유머다.
영화 제목인 ‘라라랜드(La La Land)’는 영화의 배경인 LA를 의미하기도 하지만 사전적으로는 ‘몽상의 세계’라는 뜻이 있다. 분명 프리우스와 스마트폰이 등장하는 걸로 봐서 시점은 현재인 듯한데, 인물들의 패션이나 건물들은 하나같이 고전적이다. 이런 몽상적인 주변 환경에서 프리우스는 당당히 할리우드의 일원이 되고 싶다는, 나아가 배우들이 타는 것처럼 프리우스를 타고 싶다는 미아의 꿈을 보여 주는 듯하다. 물론 지금 당장은 ‘현실적인’ 이유로 프리우스를 타고 있지만 말이다.
미아의 프리우스는 세바스천의 클래식카와 내내 대조를 이룬다. 세바스천은 언제 어디서 나온 모델인지 잘 가늠도 안 되는 각진 오픈카를 내내 끌고 다니는데, 재즈의 전통을 고집하는 ‘과거 지향적’인 세바스천 자신을 상징하는 동시에 친환경차의 상징인 프리우스와 정반대의 이미지를 보여 주고 있다. 그야말로 미래의 이미지랄까.
이 영화에 나오는 프리우스는 현재 팔리고 있는 4세대 모델이 아니라 이보다 앞서 나온 3세대 모델이다. 4세대 프리우스가 ‘건담’을 떠올리게 할 만큼 디자인이 날카로워서 영화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여긴 건 아닐까 싶다(간접 광고는 보통 신제품을 쓰기 때문에 간접광고로 등장한 건 아닌 것 같다). 또 미아가 급하게 차를 타고 떠나는 장면에서 보통은 시동 소리와 ‘부앙∼’ 하며 차가 나가는 소리가 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 장면에서 별다른 소리가 나지 않아 살짝 어색한 느낌도 든다. 물론 프리우스가 저속 구간에서 전기로 달린다는 점을 생각하면 당연한 거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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