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닫는 자영업자 는다는데, 그래도 뛰어드는 자영업 ‘속출’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22일 17시 08분


서울 도봉구에 사는 오모 씨(44)는 지난해 말 다니던 회사를 나와 올해 4월 편의점을 열었다. 회사원 시절 받던 월급 정도는 벌 수 있을 거라 기대했다. 하지만 현실을 녹록하지 않았다. 오 씨의 점포 근처에는 편의점이 포화상태일 정도로 많아 점포 간 출혈 경쟁이 심각한 상황이다. 여기에 가게를 24시간 운영하면서 인건비 부담도 컸다. 오 씨는 애초 4명이던 아르바이트생을 2달 전 3명으로 줄였다. 대신 그가 편의점을 지키는 시간이 늘었다. 오 씨는 "월수입이 회사원 때 월급에 한참 못 미치지만 당장 그만두면 할 것도 없고 본사와의 계약 기간도 남아 일단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 침체로 가게 문을 닫는 자영업자가 늘고 있다. 그런데도 일자리를 찾지 못한 퇴직자나 청년 실업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자영업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22일 통계청의 '자영업 현황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자영업 등록사업체는 479만개로 전년(480만2000개)보다 1만2000개 줄었다. 반면 개업한 지 2년을 넘지 않는 신규사업체는 56만8000개로 전년보다 3만4000개(6.4%) 늘었다. 퇴직이나 구조조정 등으로 새 일자리를 찾아야 하는 퇴직자나 취업난에 젊은이들이 창업에 몰렸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창업한 지 2년이 넘지 않은 사업체의 비중도 전체 사업체의 25.1%나 됐다. 전체 사업체수가 크게 변하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그만큼 창업과 폐점이 활발하게 이뤄졌음을 보여준다.

자영업자의 사업규모는 매우 영세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전체 자영업 사업체 중 연 매출이 종합소득세 과세표준 1구간인 1200만 원에도 미치는 못하는 곳이 101만8000개로 전체의 21.2%나 됐다. 전체의 절반을 넘는 51.8%는 연 매출액이 4600만 원 미만이었다.

자영업자의 영세함은 고용 규모에서도 드러났다. 본인 이외의 직원이 없는 고용주 단독사업자가 전체의 82.0%를 차지했을 정도다. 단독사업자의 61.6%는 연 매출액이 4600만 원 미만이었다. 2015년 자영업 고용 규모는 전년보다 1만7000명 줄어든 335만6000명으로 집계됐다. 산업별 자영업자 분포를 보면 도소매업(23.6%), 부동산·임대업(21.5%), 숙박·음식점업(14.6%) 순으로 나타났다.

내년에도 내수 경기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면서 전문가들은 영세 자영업자들이 한국 경제의 뇌관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올해 3월 말 현재 자영업자의 가구당 평균부채는 9812만 원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자영업자의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다"며 "은퇴 후 일자리를 찾지 못해 자영업에 뛰어드는 영세한 사업자가 많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은퇴한 60대 이상 고령자의 일자리 기회를 늘리고, 자영업자 대출로 인한 가계부채 위험이 커지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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