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성장률이) 2%대 초중반이 불가피하거나 2.5%에 못 미친다고 판단되면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한 번 생각해볼 수 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추경 편성 여부를 묻는 질문에 “내년 1분기(1∼3월)가 지난 뒤 판단하려고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를 종합하면 내년 4, 5월쯤 성장세가 부진하다고 예상될 때 정부가 추경 편성 여부와 규모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얼마나 될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 유 부총리는 “현재 3.0%인 정부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2%대 초반까지 낮추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성장률이 2.0%를 밑돌 가능성에 대해서는 “매우 낮다고 본다”고 답변했다.
일각에서 경기 부양을 놓고 정부와 한국은행이 서로 떠넘기려 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자 유 부총리는 “통화정책은 통화당국의 몫이다. 내년에 적극적인 재정의 역할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되는 만큼 최선의 방안을 찾아 경기 하락 위험을 막겠다”고 설명했다. 다음 주 발표할 정부의 내년 경제정책방향과 관련해서는 “경기 하방 대응책으로 재정 보강과 일자리 대책, 소비 진작책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한편 이날 기재위에서는 관세청이 시내면세점 선정을 강행한 것에 대해 강한 추궁이 나왔다. 천홍욱 관세청장은 “면세점 선정은 외국인 관광객이 굉장히 늘어나면서 지난해 9월부터 논의된 것”이라며 일각에서 제기한 사전 내정설을 일축했다. 면세점을 지금처럼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로 운영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대부분 국가가 (시내면세점을) 특허제로 운영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 “내년 예산 완화적이지 않아” 정부 재정 적극적 역할 주장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내년도 정부 예산에 대해 “완화적이지 않다”고 평가하며 경기 부양을 위한 정부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을 강도 높게 주문했다. 한국 경제의 ‘성장 절벽’ 우려가 높아진 가운데, 내년도 경기 부양 책임을 놓고 한은과 정부의 힘겨루기가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총재는 21일 송년 기자간담회를 열고 “제로금리, 양적완화, 마이너스 금리로 대변되는 통화정책의 시대가 가고 재정정책의 시대가 온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정부의 재정정책과 관련해 “내년도 정부 예산이 완화적이지 않다”고 평가했다. 그 근거로 “내년 정부의 총지출 증가율이 0.5%인데 4% 내외인 명목 성장률보다 낮고 정부가 예상하는 총수입 증가율에 비해서도 낮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또 “국내 기관뿐만 아니라 해외 신용평가사, 국제금융기구도 한국의 가장 큰 장점으로 정부의 재정정책 여력을 꼽으며 재정정책이 더 많은 역할을 해야 할 때라고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미국의 금리 인상과 1300조 원을 돌파한 가계부채 부담으로 한은이 추가 기준금리 인하 카드를 꺼내 들기 힘든 만큼 정부가 대신 경기 부양에 나서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날 발언은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회동을 하고 재정·통화정책의 폴리시믹스(정책조합)를 강조한 지 닷새 만에 나온 것이어서 양측의 갈등이 예상된다.
그는 “통화정책 여력이 소진됐다고 판단하지 않는다”라면서도 “불확실성이 클 때는 조금 더 확인하고 다져가면서 정책을 펴가겠다”고 말했다.
또 “지금의 소비 부진은 정치적 불확실성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과 노후 불안, 가계부채 급증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내년도 한국 경제의 관건은 위축된 소비심리를 살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종=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