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원 金대리, 낮 12시 출근합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26일 03시 00분


새해 은행권 유연근무제 확산

 KB국민은행이 내년부터 출근시간을 선택하거나 2교대 근무 등을 하는 유연근무제를 시범운영한다. 영업점 직원들이 늦게 출근해서 늦게 퇴근하거나 2교대로 오후 7시까지 은행 문을 여는 식의 다양한 근무방식이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

 올 7월 국내 금융권에서 처음으로 ‘스마트근무제’를 도입했던 신한은행도 재택근무제를 강화할 계획이다. 달라진 영업환경에 대응하고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은행권의 ‘자율근무’ 열풍이 내년에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 국민은행, 유연근무 4개 모델 운영

 25일 국민은행은 내년부터 4가지 모델의 유연근무제를 시범운영한 뒤 전면 도입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국민은행이 도입할 유연근무제는 △시차 출퇴근제 △2교대 운영지점 △애프터뱅크 △아웃바운드 라운지 등이다. 시차 출퇴근제는 직원들이 오전 9시, 10시, 11시 중 원하는 출근시간을 선택하는 제도로 현재 영업점 45곳에서 시범 운영되고 있다. 육아 등 직원들의 사정에 따라 한두 시간 더 늦게 출근하고 그만큼 더 늦게 퇴근할 수 있다. 현재 이 은행에서 약 100명이 이 제도를 활용하고 있다.

 내년 1월부터 국민은행에 직원들이 2교대로 근무해 오후 7시까지 영업하는 ‘2교대 운영지점’도 생긴다. 점포 3곳을 먼저 운영하고 대상 점포를 늘려갈 계획이다. 현재 서울 시내 4곳에서 운영하는 ‘애프터뱅크’(낮 12시부터 오후 7시까지 영업하는 특화 점포)는 부산, 울산, 인천 등으로 확대해 9곳으로 늘린다. 영업시간도 오전 10시∼오후 5시, 오전 11시∼오후 6시 등으로 다양화한다. ‘아웃바운드 마케팅’ 담당 직원들이 원격으로 고객 상담과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아웃바운드 라운지’(가칭)도 만든다.

 신한은행은 올 7월 도입한 스마트근무제를 강화할 계획이다. 26일까지 공모를 거쳐 재택근무자 인사 발령을 따로 낼 계획이다. 더 편하게 제도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기업금융부, 빅데이터센터, 인재개발부 등 은행 전산시스템을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부서의 차장 이하 직원이 대상이다. 재택근무를 하는 직원은 일주일에 이틀만 회사로 출근하면 된다.

 신한은행은 서울과 경기 지역에 스마트워킹센터도 운영하고 있다. 21일 서울 영등포구에 5번째 스마트워킹센터를 열었다. 사전 신청한 직원들이 기존 사무실 대신 이곳에서 일할 수 있다. 집과 가까운 곳에서 반바지나 후드티 등 편한 옷차림으로 일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전 직원을 대상으로 출퇴근 시간을 조정할 수 있는 자율출퇴근제도 도입했다.

○ 고객과 직원 모두 만족해 생산성 향상

 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은 경력단절여성을 위한 시차 출퇴근제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본점 직원 30여 명을 대상으로 시범 운영하고 있다. KEB하나은행도 앞서 유연근무제를 도입한 은행들의 성과를 분석하며 도입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외국계 은행은 국내 시중은행보다 먼저 유연근무제를 운영해왔다. 한국씨티은행은 2007년부터 출근시간을 조절할 수 있는 유연근무제를 도입했다. 현재 전 직원의 6%에 해당하는 220명이 이 제도를 활용하고 있다.

 은행들이 적극적으로 유연근무제 도입에 나선 것은 달라진 영업 환경과 직원들의 수요와 관련이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근무시간을 유연하게 운영하면 고객의 수요에 따라 늦은 오후에 고객이 몰리는 영업점은 운영 시간을 늘리거나 고객이 많은 시간대에 직원을 더 배치하는 식으로 인력을 탄력 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객 서비스와 직원 복지의 측면에서 모두 성과가 높아진다는 것이다.

 실제 직원들의 만족도도 높은 편이다. 육아나 개인적인 삶의 리듬에 맞춰 출근시간과 근무지를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6개월간 스마트근무제를 운영해 보니 직원 만족도가 아주 높아졌다. 직원들의 업무 능률이 향상되면 장기적으로 실적 개선 등 생산성도 크게 향상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국민은행#유연근무제#은행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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