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기업공개 6조4700억… 대기업이 절반 차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26일 03시 00분


신규 상장 기업수는 작년보다 줄어

 올해 삼성바이오로직스, 두산밥캣 등 대어급 기업의 상장으로 기업공개(IPO) 시장 규모가 5년 만에 최대인 약 6조4700억 원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신규 상장 기업 수는 지난해보다 오히려 줄었다. 올해 IPO 시장이 덩치 큰 대기업들만의 잔치로 끝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국내 증시(유가증권시장, 코스닥시장 합산)에서 IPO 자금조달액이 6조4715억 원(부동산투자회사인 리츠·REITs와 기업인수목적회사·SPAC 포함) 으로 집계됐다. 시장별로는 유가증권시장이 4조2727억 원, 코스닥이 2조1988억 원이었다. 이는 지난해 자금조달액(4조5231억 원)에 비해 43.0% 증가한 것이며, 2010년(10조908억 원) 이후 최대 규모다.

 금융투자(IB) 업계는 글로벌 IPO 시장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미국 대선 등의 악재로 불황을 겪었지만 한국 IPO 시장은 “선방했다”고 평가한다. 글로벌 회계법인 언스트앤영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금융시장의 기업공개 건수는 1055건으로 지난해에 비해 16% 줄었다. 금액으로 33% 감소한 것이다.

 국내 IPO 시장이 상대적으로 선전한 것은 대어급 기업들의 상장 때문이었다. 올해 IPO 시장 최대어로 꼽힌 삼성바이오로직스(2조2496억 원)와 두산밥캣(9008억 원)의 IPO 조달금액이 전체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은 “이 종목들을 제외하면 조달금액이 지난해 수준을 밑돌아 아주 성공적인 시장이었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IPO 시장의 부실한 속살은 기업 수 감소에서 나타난다. 올해 국내 증시에 상장한 기업은 98개(코스피 16개, 코스닥 82개)로 지난해(138개)보다 40개 줄었다. 상장기업 수는 2012년을 기점으로 꾸준히 증가하다 올해 처음 감소세로 돌아섰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유가증권시장 상장 기업 수는 큰 변화가 없었지만 코스닥시장에서 스팩 상장이 줄어 전체적으로 지난해보다 40개가 줄었다”고 설명했다.

 올해 IPO를 한 기업의 수익률이 신통치 않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하반기 코스피 상장사의 시초가는 공모가보다 0.90% 낮았다. 통상 공모가보다 시초가가 높은 것을 감안하면 하반기 IPO 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낮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당일 종가도 공모가 대비 1.44% 떨어졌다. 수익률이 떨어지면서 IPO에 대한 관심도 줄고 있다. 최종경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4년(2012∼2015년) 동안 IPO 시장은 18∼39%의 수익률을 올렸지만 올해 IPO 시장 수익률은 이달 13일 현재 ―0.8%”라고 말했다.

 내년 IPO 시장 규모는 올해보다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넷마블게임즈 등 대어급 기업이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데다 내년부터 적자기업이더라도 성장 가능성이 있으면 코스닥과 코넥스시장에서 상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거래소가 최근 IPO 주간사회사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2017년 유가증권시장에서 20개 회사, 약 6조∼7조 원의 IPO 시장이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상반기 상장 예정인 넷마블게임즈만 해도 공모 규모가 2조 원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IPO 조달금액이 최대 5조 원에 이르는 호텔롯데까지 가세하면 내년 IPO 시장 규모가 10조 원을 훌쩍 넘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 연구원은 “성장 가능성이 있는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의 상장이 더 늘어야 IPO 시장도 양적, 질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
#기업공개#대기업#삼성바이오로직스#두산밥캣#ip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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