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화 강세로 원-달러 환율이 9개월 만에 1200원 선을 돌파하자 수출과 원자재 수입 등으로 환율에 영향을 받는 업계는 상황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등을 취급하는 전자업계는 달러가 강세일수록 환차익을 기대할 수 있어 반기는 분위기다. 부품들이 대부분 달러화로 결제가 이뤄져 단기적인 가격 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디스플레이 패널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에 환율 상승은 특히 호재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원-달러 환율이 10원 상승하면 한 달에 약 80억 원의 환차익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환율 상승에 힘입어 올해 4분기(10∼12월)에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의 경우 각각 약 1조1000억 원, 약 7000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역시 주요 수출 품목인 자동차도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르면 국내 완성차 5개사의 연간 매출액이 4200억 원 정도 늘어난다는 연구 결과도 있어 자동차 업계에서는 환율 상승을 일단 호재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수주절벽’에 몰린 조선업계는 최악의 업황에서 그나마 환율 덕분에 조금이나마 수익성 개선에 도움이 될까 기대하고 있다.
반면 정유·항공·해운업계에 환율 상승은 악재다. 특히 정유의 경우 다른 업종에 비해 환율의 영향을 많이 받는 데다 최근 주요 산유국들의 감산 합의로 유가까지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같은 양의 원유를 비싸게 주고 사와야 하는 정유업계는 외화부채 부담이 늘어 환차손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진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최근 시장 동향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한편 원유 구입 시점과 제품 판매 시점을 조율해 영업이익을 끌어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예상치 못한 변수에 대응하기 위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항공·해운업계는 유류비, 임대료 등 각종 비용을 달러로 지불해야 하는 업종 특성상 달러 빚이 많을 수밖에 없어 달러 가치가 높아지면 그만큼 부담이 된다. 또 정유업계와 마찬가지로 상승하는 유가의 영향도 받고 있다.
하지만 산업 환경이 과거에 비해 훨씬 복잡해져 환율 상승의 영향을 일률적으로 평가하기 힘들다는 시각도 많다. 예를 들어 자동차와 스마트폰, 가전제품의 경우 현지 판매량의 대부분을 현지에서 직접 생산하는 경우가 많아 환율의 영향이 제한적이다.
다른 화폐의 환율도 살펴봐야 한다. 특히 한국과 경쟁 관계에 있는 일본 업체들도 달러화 강세로 인한 수혜를 보고 있기 때문에 마찬가지로 가격 경쟁력이 높아진다. 또 러시아와 브라질 등 한국 업체의 제품을 수입해줄 신흥국 화폐의 환율이 원화보다 더 올라가면 오히려 판매가 잘 안 될 수도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철강은 원자재는 수입하고 완제품은 수출하고 있어 호재와 악재가 동시에 작용한다”며 “달러의 영향도 크지만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복합적인 요인을 고려해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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