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뱅킹 수익, 세금 낼까요 말까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27일 03시 00분


대법 ‘과세 부당’ 판결에 혼란

 
자영업자 권모 씨(56)는 시중은행 골드뱅킹 상품에 약 6개월간 500만 원을 투자해 세금을 떼고 60만 원이 넘는 수익을 올렸다. 지난해 말 g당 1070달러였던 국제 금 가격이 올해 6월 중순 1250달러 이상으로 상승했기 때문이다. 권 씨는 최근 대법원의 판결로 골드뱅킹에 원천 징수된 세금 약 10만 원(매매차익의 15.4%)을 돌려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는 거래 은행에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느냐고 물었지만 ‘기다려 보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며 답답해했다.
○ 대법원 판결 이후 ‘골드뱅킹 비과세’ 혼란

 26일 은행권에 따르면 최근 골드뱅킹 상품의 비과세 여부를 묻는 문의가 크게 늘었다. A은행 관계자는 “대법원 판결 이후 ‘이미 낸 골드뱅킹 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느냐’, ‘골드뱅킹이 비과세된다고 해서 투자하려고 한다’ 등의 문의가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골드뱅킹 상품은 고객이 은행을 통해 금을 구입하고 나중에 금 시세로 환산한 금액이나 그에 해당하는 금 실물로 돌려받는 상품이다. 구입 당시보다 금 가격이 오르면 이익이 발생한다.

 골드뱅킹 비과세 문의가 급증한 것은 최근 대법원의 판결 때문이다. 대법원은 올해 10, 11월 신한은행과 IBK기업은행이 세무서장 등을 상대로 낸 행정처분 취소 소송에서 은행들의 손을 들어줬다. 골드뱅킹 상품으로 얻은 이익에 대해 세금을 부과한 것은 부당하다는 판결이었다. 이후 국세청도 KB국민은행에 부과했던 세금에 대해 취소 처분을 내렸다.

 이로 인해 골드뱅킹 상품이 비과세로 전환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진 것이다. 20일 현재 골드뱅킹 상품을 판매 중인 신한 국민 우리 등 시중은행 3곳의 해당 상품 잔액은 5393억 원(무게 기준으로는 금 1만2377kg)에 이른다.

 고객들의 문의가 이어지자 전국은행연합회는 이달 국세청에 질의서를 보내 골드뱅킹 상품으로 생긴 이익이 소득세법상 과세 대상인지를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 B은행 관계자는 “대법원 판결은 과세 처분이 부당하다는 사실만 판단한 것이며 골드뱅킹 상품의 비과세 여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 은행들, 부당이득반환 청구 소송도 진행

 은행들은 별도로 국세청을 상대로 부당이득반환 청구 소송도 진행 중이다. ‘골드뱅킹 소송’이 2라운드로 접어든 것이다. C은행 관계자는 “신한 국민 기업 등 은행 3곳이 진행하고 있는 부당이득반환 청구 소송에서 골드뱅킹 상품의 성격 규정, 과세 대상 여부 등이 본격적으로 검토될 것”이라고 말했다. 소송 결과에 따라 비과세 여부가 결정될 수 있다.

 골드뱅킹 과세에 대한 투자자들의 혼란이 커지고 있지만 국세청과 기획재정부는 “검토 중”이라는 답변만 되풀이하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기재부는 2010년 “골드뱅킹 상품은 파생결합상품으로 거래 이익에는 배당소득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이에 따라 해당 상품에 세금을 매기기 시작했다. 정부가 이를 뒤집어 비과세로 바꿀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개인 투자자들이 ‘원천 징수된 세금을 돌려 달라’는 소송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법무법인 율촌의 전영준 변호사는 “소득세법에 명확히 열거가 돼 있지 않으면 과세를 못한다는 게 그동안 법원의 확고한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신한은행이 승소한) 이번 대법원 판결도 법이 바뀌기 전에는 과세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박희창 ramblas@donga.com / 세종=이상훈 기자
#골드뱅킹#수익#세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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