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업계, TPA 사업재편 엇박자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27일 03시 00분


對中수출 급감에 생산량 이미 줄여
올해 들어 시황 개선 됐지만 정부, 여전히 생산량 감축 채근
업계는 “자율 조정 맡겨야” 강조

 폴리에스테르 섬유, 페트병 등의 원료로 쓰이는 테레프탈산(TPA) 사업 재편을 두고 정부와 관련 업계의 대응이 엇박자를 내고 있다.

 정부는 올해 9월 TPA를 공급 과잉 품목으로 지정하고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원샷법)을 통해 관련 사업을 재편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미 설비 전환이나 물량 감축 등을 마친 상태로 충분히 시장 수요에 대응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추가적인 구조조정 필요성이 떨어진다고 반발하고 있다.

 폴리염화비닐(PVC)과 함께 대표적인 범용 화학제품 수출 품목으로 꼽혔던 TPA 사업 재편 움직임은 중국의 자급률이 높아지면서 시작됐다. 한국의 TPA 수출량은 2010년(365만1000t) 정점을 찍었다. 당시 전체 수출량의 84.6%(약 309만 t)를 중국에 수출했지만 2012년부터 중국이 TPA 생산 설비를 대규모로 증설하면서 공급 과잉이 시작됐다.

 대(對)중국 수출이 사실상 불가능해지면서 국내 화학사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중국의 TPA 자급률이 100%에 육박하면서 최대 시장을 잃은 것이다. 하지만 국내 TPA 생산 업체들은 자체적으로 구조조정을 실시하며 발 빠르게 대응했다.

 한화종합화학은 TPA 생산량을 연 200만 t에서 160만 t으로 줄였다. 삼남석유화학도 180만 t 규모의 연간 생산 물량을 2012년부터 올해 1월까지 두 차례에 걸쳐 120만 t으로 줄였다. 한때 연간 52만 t의 TPA 생산량 중 60%를 중국에 수출했던 SK유화도 울산공장 가동을 2014년부터 중단했다. 롯데케미칼은 2014년부터 TPA 수출을 중단하고 연산 110만 t 규모였던 TPA 생산라인 중 일부를 고순도이소프탈산(PIA) 생산라인(연산 50만 t)으로 전환했다.

 문제는 올해 들어 TPA 시황이 개선되면서 발생했다. TPA 국제 거래 가격은 지난달 t당 621달러로 올해 1월 567달러에 비해 9.5% 상승했다. 이달 16일에는 t당 630달러로 연중 최고 수준이 됐다. 여기에 중국 내 폴리에스테르 생산 설비 가동률이 올해 80%를 넘어서면서 원료가 되는 TPA 수요도 크게 늘었다. 단기적인 업황 회복이 아니라는 신호탄들이 나오자 국내 업체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TPA 생산량을 감축해야 한다고 채근하는 정부로 인해 수출은 꿈도 꾸지 못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생산량을 추가적으로 줄이면 내수 시장에서 쓸 TPA를 오히려 수입해 와야 할 판”이라며 “업계 스스로 이미 시장에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이상 사업 재편은 기업의 자율 의지에 맡겨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tpa#구조조정#수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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