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농장-접종-등급-포장… 소-돼지는 죽어 ‘이력’을 남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27일 03시 00분


‘유통경로 투명화’ 축산물이력제

 
이달 초 세종시의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가 스마트폰으로 한우 이력정보를 확인하고 있다. 축산물이력제를 이용하면 축산물이 우리 식탁에 올라올 때까지 전 과정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축산물품질평가원 제공
이달 초 세종시의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가 스마트폰으로 한우 이력정보를 확인하고 있다. 축산물이력제를 이용하면 축산물이 우리 식탁에 올라올 때까지 전 과정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축산물품질평가원 제공
서울의 한 초등학교 영양사 손모 씨는 출근하자마자 ‘축산물이력시스템’부터 접속한다. 점심 급식 때 아이들에게 먹일 쇠고기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이력정보에는 원산지와 등급은 물론이고 소가 태어난 이후 학교 주방까지 어떤 과정과 경로를 거쳐 왔는지에 대한 정보가 빠짐없이 담겨 있다. 급식 담당 직원뿐만 아니라 학부모들도 수시로 급식용 축산물 검수 결과와 이력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손 씨는 “축산물의 관리 상황을 객관적인 정보를 통해 확인한 학부모들이 그제야 안심을 한다”고 귀띔했다.

 호랑이가 죽어서 가죽을 남긴다면 국내산 소·돼지는 ‘이력’을 남긴다.

 26일 축산물품질평가원(축평원)에 따르면 축산물이력제는 가축의 출생부터 사육 도축 포장처리 판매에 이르기까지 모든 단계에서 정보를 기록 및 관리하는 제도다. 위생이나 안전에 문제가 발생하면 이력을 추적해 신속하게 원인을 밝혀낼 수 있다. 축산물 유통 경로를 투명하게 만들어 소비자에게 도움을 준다는 것도 장점이다. 축산물이력제는 2008년 국내산 쇠고기를 시작으로 2010년 수입 쇠고기, 2014년 국내산 돼지고기로 적용이 확대됐다.

 
이력관리는 송아지와 새끼 돼지가 태어나자마자 귀에 부착하는 ‘귀표’에서부터 시작된다. 가축 1마리당 하나씩의 고유 식별번호가 주민등록번호처럼 부여된다. 기록 내용에는 출생 농장, 혈통, 접종 이력, 이동 지역, 도축, 등급판정 등 가축의 전 생애가 들어간다.

 축산물이력정보는 홈페이지(www.mtrace.go.kr)나 스마트폰 응용프로그램(앱·축산물이력제, 안심장보기 등으로 검색 가능)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판매점의 표지판이나 포장지 라벨에 표기돼 있는 이력번호(또는 개체식별번호, 수입 축산물은 수입유통식별번호) 12자리를 정보조회 칸에 입력하면 된다. 바코드나 QR코드를 이용할 수도 있다. 통합정보조회를 이용하면 영양성분 정보와 부위별 고기의 양까지 상세히 알 수 있다.

 축산물이력제는 현재 월평균 조회건수가 354만 건에 이를 정도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최근 농림축산식품부가 선정한 ‘국민 체감형 HOT 데이터 8선’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공공 분야에서 생산된 다양한 데이터를 민간에서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정부 3.0’ 정책의 대표적 성공 사례로도 꼽힌다.

 대형마트인 홈플러스의 경우 올해 2월 전국 141개 전 지점에 축산물이력제 단말기를 비치해 스마트폰 없이도 이력정보를 쉽게 찾아볼 수 있게 했다. QR코드를 단말기에서 조회하면 이력정보는 물론이고 농장 사진 등 사육환경까지 보여준다. 축평원은 전국 1만191곳의 학교 급식에서 사용되는 고기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맘 편한 서비스’도 운영 중이다. 학부모들이 학교에서 제공하는 먹을거리가 안전한지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유통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등급 변경, 불법 유통 등 불법 행위는 유전자(DNA) 동일성 검사를 통해 적발할 수 있다. 도축 과정에서 시료를 떼어내 축평원 내에서 보관하다가 필요하면 비교하는 방식이다. 축평원 측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같은 수준의 DNA 분석 장비 및 기술을 활용한다”고 설명했다.

 만약 유통 과정에서 위생, 안전성, 원산지 표시 등과 관련한 문제가 발생하면 추적검사를 해 신속하게 문제 제품을 회수하거나 폐기할 수 있다. 8월에는 ‘무한 리필’로 한우고기를 판매한다고 해놓고 수입 고기를 판 음식점이 DNA 검사에서 적발되기도 했다.

 축평원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좀 더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축산물 유통의 시작부터 끝까지를 철저하게 관리해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축산물을 먹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한우#한돈#축산물이력제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