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우리나라 최대 수출 산업이자 전략 산업이던 조선 산업이 올 한 해 위기와 혼란을 겪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해운업의 장기 침체, 유가 하락으로 시작된 조선 산업의 침체는 일종의 경기순환 사이클로 설명할 수 있고 또 대응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끝없는 저가 수주 경쟁으로 세계 조선 산업계의 조롱거리가 되었고, 문제를 키워 온 일부 조선소의 행태는 건강한 다른 조선소들까지도 위기에 빠뜨렸다.
그 결과는 처참했다. 올해 조선업계는 사상 최악의 수주 절벽을 겪었고, 구조조정으로 일터를 떠난 노동자만 3만6000명에 달한다. 조선 산업의 위기를 눈앞에 두고도 본질을 외면한 채 금융 지원을 결정한 자들과 저가 수주로 조선 산업의 위기를 불러온 일부 조선업체 경영진은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렇다면 내년에는 어떨까. 회복 가능성이 있는가 하는 물음에 어떤 이들은 “우리나라 조선 산업은 이제 국제 경쟁력을 상실했고, 주력 산업의 재편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한다. 그렇지 않다. 조선 산업은 내년을 정점으로 분명 회복된다. 그 근거는 다음과 같다.
첫째, 세계 유가가 상승하고 있다. 저유가의 주요인이던 셰일 석유의 채유량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원유 감산에 합의했기 때문이다. 이는 원유 운반선과 해상 시추 설비 등의 발주가 다시 시작될 것임을 의미한다.
둘째,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 관련 규제가 강화된다. 해양 생태계 보전을 위해 IMO는 내년 9월부터 선박 평형수 처리 장치의 환경 처리 시설 장착을 의무화했다. 또 2020년부터는 황산화물 배출 규제를 강화해 친환경 엔진 설치를 의무화했다. 이제 중고 선박 선주들은 폐선할지, 신규 선박을 발주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셋째, 세계적인 해운회사들의 합종연횡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해상 운송 운임 현실화로 이어져, 선박의 대형화 추세를 가속화하면서 신규 선박 발주로 이어질 것이다.
그렇다면 내년 이후 조선 산업 회복기에 필요한 정책은 무엇인가. 세계 최고 수준에 올라있는 선박과 해양 플랜트 건조 능력과 인력의 유지에 있다. 9월 세계적인 조선 산업 분석 기관인 클라크슨 리포트가 향후 30년의 세계 조선 시황을 분석한 결과, 건조 설계에서 여전히 한국이 조선업을 주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전망의 중심에는 빅5로 불리는 대한민국의 대형 조선소들이 자리 잡고 있다.
문제는 상대적으로 취약한 중소형 조선소들이다. 자체 회복 능력이 충분한 대형 조선소들과는 달리 중소 조선 업체와 조선 기자재, 조선 협력업체들은 인력과 자금 등에서 매우 취약하다. 비록 조선 경기가 내년부터 회복된다 하더라도, 중소 조선 업체와 협력업체에까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까지는 최소 6개월에서 1년의 시간이 더 소요될 것이다. 중소 조선 산업에 대한 정부 차원의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지원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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