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국내 산업 육성” 밝혀 놓고 中업체 설명회에 직원 3명 참석
“좋은 회사” 발언… “지원한건 아니다” 산업단지 추진은 2년째 미적미적
국내 항공정비(MRO) 산업을 육성하겠다던 국토교통부 직원이 오히려 항공사들에 국내 시장을 잠식할 것으로 우려되는 중국 업체 이용을 당부해 논란이 일고 있다.
28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중국난팡(南方)항공 산하의 항공정비업체 ‘GAMECO’가 이달 14일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호텔에서 ‘저비용 항공사(LCC)를 위한 GAMECO의 전략 설명회’를 열었다. 이 자리엔 국적 항공사 정비 담당자 외에도 항공안전감독관을 비롯해 국토부 직원 3명이 참석했는데, 이들은 GAMECO의 사업 설명이 끝나자 참석자들을 대상으로 “GAMECO는 규모가 크고 기술이 좋은 회사”라며 “앞으로 해외에 정비를 맡길 때 오늘 발표를 잘 참고해 진행하면 좋겠다”는 발언을 했다.
중국 업체의 영업 설명회에 국토부 직원이 참석한 것도 모자라 사실상 특정 업체를 밀어주는 듯한 발언을 하자 참석자들은 의아해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항공정비 산업을 육성해 중국과 싱가포르 등 해외로 유출되는 국부를 막겠다’는 그간 국토부의 방침과 배치되기 때문이다. 이 소식을 전해 들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윤후덕 의원(더불어민주당)도 국토부 담당 부서에 “국토부가 중국 업체를 후원하는 것처럼 비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 측은 “당시 설명회는 세미나 성격의 자리로 국토부 인사는 해당 업체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참석한 것이지 그 업체를 지원한 것은 아니다. GAMECO의 초청으로 참석했을 뿐 행사 준비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참석자 중 일부는 국토부 측의 구두 권고를 받고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토부는 지난해 1월 항공정비 산업 육성 방안을 발표하고 산업단지 선정 절차를 진행했지만 이미 수차례 연기된 사업 일정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7월 전국경제인연합회 주최로 열린 관련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지금 당장 시작해도 늦은 감이 있다”며 “계속 미뤄지면 항공정비 산업이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에 종속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민수와 군수를 합쳐 2014년 기준 3조3400억 원이었던 국내 항공정비 산업 규모는 2020년 4조2500억 원으로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금도 약 1조5000억 원 정도의 정비는 외국 업체에 맡기고 있다. 10월에는 이스타항공 여객기가 비행이 힘들 정도로 훼손되는 사고가 발생했지만 국내 정비업체를 찾지 못해 약 한 달을 허비한 뒤에야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도움으로 간신히 정비를 마치기도 했다.
항공업계에서 중국이 침투하는 분야는 정비뿐만이 아니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대한항공 조종사 중 46명, 아시아나항공은 15명 정도가 외국계 항공사로 이직했는데, 대부분 중국계 항공사로 갔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중국 항공사는 한국 조종사들에게 현재의 2, 3배 정도의 연봉을 제시하는 것으로 알려져 대한항공 조종사 파업 등 국적 항공사와 조종사들 간 마찰의 원인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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