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도매시장의 경매 방식이 손가락을 이용한 전통적인 수지(手指)경매에서 전자경매를 거쳐 정보통신기술(ICT)을 결합한 ‘이미지 경매’로 바뀐다. 유통비용 감소뿐 아니라 농산물의 신선도 유지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28일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정부는 구리도매시장에 시범 구축한 이미지 경매 시스템의 운용 결과를 토대로 내년에 관련 제도를 정비한 뒤 2018년부터 단계적으로 이를 확대 실시할 예정이다.
현행 경매는 도매시장에 상품을 쌓아 놓으면 경매사들이 직접 확인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미지 경매는 농산물을 출하한 사람의 정보와 상품을 화상으로 보고 중도매인들이 경매에 참여하는 방식이다. 도매 시장에 상품을 쌓아 놓을 필요가 없기 때문에 물류비가 대폭 절감될 뿐 아니라 경매 참여자 확대, 예약 경매를 통한 경매 가격 안정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산지에서 납품처로 바로 농산물을 운송할 수 있어서 신선도 유지에도 도움이 된다. 이는 곧 소비자들에게 가격 인하와 함께 더 질 좋은 농산물을 접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상품의 이미지는 필요에 따라 웹이나 모바일 기기를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과일처럼 표준화, 규격화 체계가 갖춰진 품목에 우선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네덜란드 화훼시장 등에서는 이미 모니터로 상품을 파악한 뒤 경매를 하는 방식이 도입돼 있다.
도매시장의 이런 변화 움직임은 농산물 직거래 확산과 대형 유통업체의 등장 등 유통시장의 다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현재 정부가 관여하는 공영도매시장은 1985년 제1호 도매시장으로 출범한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을 포함해 총 33곳. 이곳에서는 연간 680만 t 이상의 농산물이 유통되고 있다. 채소와 과일의 경우 소비자 구매량의 50%를 공영도매시장이 책임지고 있다.
하지만 △경매 가격 불공정성 △농산물 가격 불안 △위탁 수수료 문제 등이 불거지면서 신생 유통채널보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이에 대해 관련 업계에서는 도매시장의 문제점이 상당수 해소됐고, 앞으로는 본연의 순기능을 발전시켜 가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홍성호 농수산식품유통공사 차장은 “전자경매 비중이 전체 경매의 90% 이상을 차지하게 되면서 수지경매에 따른 불공정 시비가 대폭 개선됐다”고 밝혔다. 가격 불안 문제의 경우 농산물의 특성상 상존하는 사안인 데다 2012년 이후 정가·수의매매 제도를 전면 허용하면서 가격 등락폭이 일부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정가매매는 출하자가 미리 판매 예정 가격을 정한 물품에 대해 도매시장법인이 구매자에게 해당 가격과 판매 물량을 제시해 거래를 성사시키는 방식이다. 수의매매는 도매시장법인이 구매자와 1 대 1로 협의해 가격과 수량, 기타 거래 조건을 정한다. 정가·수의매매 비중은 올해 20%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농산물 출하자가 부담하는 위탁수수료의 경우 유통비용을 높인다는 말도 있지만 출하자가 낙찰대금을 바로 받을 수 있게 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로서 반드시 필요한 비용이라는 주장도 있다.
홍 차장은 “대규모 농산물을 효율적으로 분산하기 위해선 도매시장을 통한 경매가 효율적이며 이는 학술적으로 입증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도매시장의 순기능을 유지하고 발전시키기 위해선 정부는 물론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이 필요하다”며 “이를 통해 더욱 많은 소비자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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