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진 후보자를 평가하는 데 있어 역량평가는 업적 성과 위주 평가보다 공정하고 정확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역량평가는 평가용 모의 과제 개발, 평가 전문가 확보, 평가 운영 등에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 따라서 상황판단검사를 하는 것이 좀 더 간편하고 저렴하게 역량평가를 대체할 수 있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역량평가가 수십 쪽에 이르는 모의상황 과제를 활용하는 데 비해 상황판단검사는 해당 직무에서 있을 법한 상황을 한 문단 정도의 짧은 시나리오로 제시한다.
미국 찰스턴대와 조지아대, 테네시대의 경영학 및 심리학과 교수들로 구성된 연구진은 역량평가와 상황판단검사가 서로 비슷한 수준으로 후보자의 역량 수준을 평가하는지, 또 시간이 지남에 따라 역량평가의 성과 예측 정도가 변화하는지 등을 실증적으로 탐구했다.
연구진은 우선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역량평가를 실시한 미국의 한 기업을 선정했다. 그리고 이 기업에서 근무하는 관리자 103명을 연구 대상으로 삼았다. 연구 참여자들은 80문항으로 구성된 일반정신능력검사와 비디오로 만들어진 모의 상황을 보고 자신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를 선택하는 상황판단검사에 응했다.
역량평가 1년 후 연봉을 통제한 후 예측 변수들이 2년, 4년, 6년 후 연봉들을 예측할 수 있는 정도를 분석한 결과 상황판단검사와 일반정신능력검사는 2년 후 연봉을, 역량평가는 6년 후 연봉을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예측할 수 있었다. 2년, 4년, 6년 후 연봉을 준거 변수로 하고 1년 후 연봉, 일반정신능력검사, 상황판단검사, 역량평가 결과들을 차례로 대입해 다중회귀분석을 실시한 결과 역량평가 결과는 시간이 지날수록 성과를 예측하는 정도가 점점 더 강해지는 경향을 보였다. 하지만 상황판단검사 결과는 시간이 지날수록 성과를 예측하는 정도가 점점 더 약해졌다.
연구 결과 상황판단검사가 역량평가를 대체하기보다는 서로 다른 영역에서 미래의 성과를 예측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에 따라 역량평가제도는 높은 비용과 많은 시간이 소요되더라도 평가 대상자들의 장기적인 성과를 예측하는 데 효과적인 제도라고 할 수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