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새해특집/외환위기 20년, 기회의 문 넓히자/2017 연중기획]
한국 지니계수 소폭 개선됐지만 현금복지 영향… 체감불평등은 커
기회균등法 발의후 무관심속 폐기
선진국들은 단순히 소득 격차를 줄이는 결과의 평등에만 매달리지 않는다. 모든 국민이 실질적으로 균등한 기회를 보장받을 수 있게 기회의 평등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미국은 1964년 ‘민권법’을 제정해 각종 차별을 방지하고 기회균등을 위한 정부의 역할을 명시했다. 독일은 2006년 ‘일반평등대우법’을 만들어 연방정부로 하여금 차별시정기관을 설치하도록 의무화했다. 영국 역시 2010년 10월 ‘평등법’을 제정해 개별법에 흩어져있던 차별금지법령을 단순화시키는 한편,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줄이기 위한 공공부문의 의무를 규정했다.
이에 반해 한국 사회의 논의는 단기적 소득불평등 개선에 지나치게 치우쳐 있다. 소득지표만 놓고 보면 한국의 불평등 정도는 많이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과 한국은행의 ‘2016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지니계수는 0.341로 1년 전보다 0.003포인트 소폭 낮아졌다.
지니계수는 수치가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이 심화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상위 20% 소득을 하위 20% 소득으로 나눈 ‘소득 5분위 배율’과 가처분소득이 중위 50% 이하인 인구 비중을 의미하는 ‘상대적 빈곤율’도 모두 좋아졌다.
일반적으로 기회가 균등하게 보장돼 계층이동이 활발해지면 소득지표가 개선된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소득지표 개선은 기회의 균등보다는 공적 부조처럼 정부의 강제적인 소득재분배 정책에 더 많은 영향을 받았다.
이 때문에 국민이 체감하는 불평등은 여전히 크다. 취업 포털 인크루트(www.incruit.com)가 회원 77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금수저가 취업도 잘된다’고 응답한 취업준비생이 84%를 차지했다. 그 이유로는 ‘인맥이 좋아서’(36%)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기회균등 원칙을 제도화한 법률도 부족하다. 2015년 7월 새누리당 강석훈 의원은 불평등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국민이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내용이 담긴 ‘기회균등 촉진에 관한 법률’을 대표 발의했다. 법안 제출 당시 진일보한 법안이란 평가가 나왔지만 소관 상임위에 회부된 뒤 10개월 가까이 국회의 무관심 속에 방치됐다. 결국 19대 국회가 문을 닫으면서 법안은 자동폐기 됐다. 정부 관계자는 “20대 국회에선 아예 법안 제정 움직임조차 사라진 실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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