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린 테아두스파르크 8번지. 건물로 들어서자 밥솥과 비슷한 크기와 모양을 한 로봇 20여 대가 방 하나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4층에 올라가니 3명이 모여 부품을 조립하고 있었다. 그들이 만들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밥솥 모양의 로봇. 제조공장과 같은 이곳은 무인 배달 로봇을 개발한다는 소식으로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스타십 테크놀로지(스타십)’다.
에스토니아는 인터넷 전화로 유명한 스타트업 ‘스카이프’를 배출했는데, 스타십은 스카이프의 공동 창업자인 야누스 프리스와 아티 헤인라가 공동 최고경영자(CEO)로 ‘제2의 스카이프’ 신화를 만들고 있는 곳이다.
8년 전 스카이프를 떠난 프리스 대표는 무인 배달 로봇을 사용하면 최종 배달 단계의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드론보다 지상의 로봇이 법적 규제에서 더 자유롭고 사람들에게도 안전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스타십의 무인 배달 로봇에 대한 반응은 폭발적이다. 통상 스타트업은 초기 시장을 뚫는 데 애를 먹는데 스타십에는 여러 기업이 먼저 문을 두드리고 있다.
2014년 7월 설립된 스타십은 현재 에스토니아를 포함해 5개국에 진출해 있다. 지금까지는 각국의 음식 및 배달 업체, 우정국 등에 65대를 판매했지만 올해 판매용으로 1000대 이상의 선주문을 받아 놓는 등 매출이 크게 늘어나는 단계다.
크리스티안 코르유스 컴퓨터 비전 총괄은 “1000대가 넘는 주문이 들어와 있어 올해에는 수천 대를 생산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량생산 단계에 들어감에 따라 부품 제조를 중국 등에 맡길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재 스타십이 사활을 걸고 있는 부분은 로봇이 스스로 최적의 루트를 택해 움직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다. 코르유스 총괄은 “로봇들이 센서로 감지한 도로 상황을 시스템에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해 인공지능을 통해 지도에서 로봇 스스로 루트를 짤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시아 국가에도 곧 진출할 계획이다. 코르유스 총괄은 “규제가 얼마나 우리의 사업에 우호적인지가 해외 진출의 관건이다”고 말했다. 이어 “마을을 돌아다녀야 하기 때문에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어야 하고, 사람들의 소득도 일정 수준 이상이어야 한다”며 “아시아권에 진출한다면 한국이나 일본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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