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이 한줄]작심삼일?… 어제 잘못했더라도 오늘은 제자리로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3일 03시 00분


“지나가 버린 것을 슬퍼하지 않고 오지 않을 것을 동경하지 않으며 현재를 충실히 살고 있을 때 그의 안색은 생기에 빛난다.” ―일기일회(一期一會)(법정·문학의 숲·2009년)

 새해가 되면 어김없이 법정 스님의 이 책을 집어 든다. 지난해의 잘못을 반성하고 올해의 다짐을 세울 때 꼭 필요하다는 생각에서다. “분수 바깥 것을 탐내어 구하고 지나간 과거사를 슬퍼할 때 어리석은 사람은 그 때문에 꺾인 갈대처럼 시든다”는 구절은 조용한 말투지만 서릿발 같은 호령으로 다가온다. 작심삼일이 될 줄 알면서도 새해에는 과거에 연연하지 않고 현재를 열심히 사는 사람이 되겠다는 마음으로 법정 스님의 말씀을 찾는다.

 욕심 때문에 많은 일을 그르친 2016년이었다. 개인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그랬다. 어제의 욕심이 오늘의 실패로 돌아오면 이를 만회하려고 더 큰 욕심을 부렸다. “오늘은 어제의 연장이 아니라 새로운 날이다. 묵은 시간에 갇힌 채 새로운 시간을 등지지 말아야 한다”는 법정 스님의 말씀을 완전히 어겼다. 어제 잘못했더라도 오늘은 제자리로 돌아왔어야 했다.

 “세상의 모든 행복은 남을 위한 마음에서 오고, 세상의 모든 불행은 이기심에서 온다. 하지만 이런 말이 무슨 소용이 있는가. 어리석은 사람은 여전히 자기 이익에만 매달리고, 지혜로운 사람은 남의 이익에 헌신한다. 그대 스스로 그 차이를 보라”는 인도 적천(寂天) 스님의 귀한 말씀도 이 책에 담겨 있다. 스스로 그 차이를 깨달아야 행복할 수 있다니 행복으로 가는 길은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래도 지난해보다 나아지기 위해 올해 좀 더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해본다.

 사실 이 책은 더 이상 서점에서 구할 수 없다. 법정 스님은 2010년 3월 11일 입적할 때 그동안 지은 ‘말빚’을 남기지 않겠다면서 자신의 모든 책을 절판하라는 유지를 남겼다. 주옥같은 말씀을 널리널리 퍼뜨려도 모자란데 절판이라니 안타까운 마음에 서점으로 달려갔다. 무소유 정신에 어긋나는 것 같았지만 몇 권을 더 사서 주변 사람들에게 선물했다. 책은 절판됐지만 좋은 말씀은 남아 올해도 길잡이가 될 것 같다.

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책#작심삼일#잘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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