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차종은 저공해장치 개발계획도 없어… 정부 “폐차 유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3일 03시 00분


서울 노후경유차 운행제한 혼선
업계 “단종 車 몇대 보고 개발 못해” 신차 구입하면 폐차 비용 지원
서민들 “수천만원 드는데 어림없어”
경기-인천 등록 노후 경유차량은 정보 공유 안돼 당분간 ‘단속사각’

 
“이거 뭐, 달고 싶어도 달 수 없으니 어쩌죠?”

 경기 수원시에 사는 회사원 김모 씨(40)는 지난해 9월부터 연말까지 거주지와 회사 주변 자동차정비소를 세 곳이나 돌았지만 헛걸음을 했다. 그의 자동차는 그랜드카니발 2005년식. 지난해 그는 2017년 1월부터는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수도권에 등록된 2.5t 이상 노후 경유차는 배출가스저감장치(DPF)를 달아야 한다는 뉴스를 보고 관련 차 정비업체를 틈틈이 찾았다. 하지만 “해당 차종에 달 DPF는 개발이 안 돼 제품이 없다”는 답변만 들었다.

 김 씨는 1일 “이제는 단속에 걸릴까 봐 서울에 못 가는 거 아닌가 걱정이 든다. 정부가 속히 대책을 내놓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005년 이전 노후 경유 카니발은 DPF 개발이 늦어져 운행 제한 조치가 어려운 대표 차종. 정부가 수도권 노후 경유차에 DPF를 장착하지 않으면 운행 제한을 하겠다고 알리자 차량 차주들은 혼란에 빠졌다. DPF가 없어 장착할 수도 없는데 운행 제한 대상이 되는 건 아닌지 불안해서다. 운행제한제도(LEZ)는 2018년 인천과 경기도 17개 시로, 2020년 연천군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한 수도권 전역으로 확대된다.

 정부는 일단 DPF가 개발되지 않은 카니발(수도권 등록 7만3000대)과 트라제(1만4000대) 등을 운행 제한 조치 대상에서 당분간 제외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를 몰랐던 차주는 카센터로 헛걸음을 하고 단속에 걸릴까 봐 차를 못 몰고 나가는 등 혼란을 겪었다.

 환경부는 뒤늦게 노후 카니발 차종의 DPF 개발이 완료 단계라고 설명했다. 이르면 이달 말 카니발은 DPF 달고 ‘저공해 조치’ 대상이 되는 것이다. 반면 카니발과 달리 로디우스 등 쌍용차는 아예 업체가 DPF 개발에 나서지 않고 있다. 일부 쌍용차의 경우 자동차 밑 부분에 DPF를 달 공간이 없어 기술적으로 해당 장치를 장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 DPF가 개발부터 인증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리는 것도 문제다. 같은 노후 경유차라도 DPF 개발 여부에 따라 운행 제한 조치를 받거나 받지 않을 경우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

 자동차 배출가스 저감 사업 등을 담당하는 한국자동차환경협회 관계자는 “이미 단종돼 몇 대 남지 않은 노후 경유차를 위해 DPF를 개발하려는 업체가 없는 것은 당연하다”며 “DPF를 부착하지 못하는 차량은 폐차를 유도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환경부도 DPF를 달 수 없는 노후 경유차는 폐차를 유도할 방침이다. 노후 경유차 차주가 폐차를 선택하면 정부가 폐차 비용을 전액 지원한다. 또 폐차 후 신차를 구매할 때 최대 143만 원의 세금 할인 혜택도 준다.

 하지만 한 노후 경유차 소유자는 “100만 원대를 지원해서는 턱도 없다. 노후 경유차 중 상당수는 서민의 생계수단인 화물차인 데다 새 차를 사려면 수천만 원이 든다”며 “저감장치를 달면 모를까 새 차를 사는 건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DPF 부착 비용과 관련해 환경부는 “총비용은 300만 원 안팎인데 이 중 90%(정부 45%, 지자체 45%)를 지원한다. 차량 소유주가 10%인 30만∼34만 원 정도를 부담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비용조차 부담스럽다는 반응이 많다. 저소득층(4인 가구 기준 월소득 223만4000원 이하)은 DPF 부착 비용을 정부와 지자체가 전액 지원한다.

임현석 lhs@donga.com·김윤종 기자
#저공해#자동차#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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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추천 많은 댓글

  • 2017-01-03 07:28:01

    내 차 소렌토는 2004년식인데 110,000Km 주행했다. 이번 보험에 차량 값이 450만원. 아직 차 상태가 좋은데 100원 보조 받고 차를 페차? ㅋㅋ // 더구나 내 나이 80이 가까운데 몇년이나 더 운전하겠다고 새차를 살까요.

  • 2017-01-03 10:36:08

    미국이나 독일 빤츠는 이십년삼십년된차도 돌아다니고 고가로 팔리는데 이무신 날강도같은 순실이정책같은 내미가많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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