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경영의 지혜]혁신은 ‘빨리빨리’보다 ‘넓게넓게’!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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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대한상공회의소가 실시한 ‘혁신 현주소 조사’에 따르면 설문대상 기업인 중 85%는 한국이 중국보다 혁신 속도가 느리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른바 4차 산업시대가 도래하면서 우리 기업, 정부기관의 초조함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혁신에서도 한국인 특유의 ‘빨리빨리’ 정신을 발휘할 수 있을까? 하지만 혁신이란 속도나 노력,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열린 시스템의 문제라고 보는 견해가 있다.

 미국 템플대와 오하이오대 연구진은 최근 발표한 논문에서 일본이 서유럽이나 북미에 비해 혁신국가로 자리매김하지 못한 이유를 분석했다. 일본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투자, 연구개발, 특허 수준을 자랑하지만 주요 산업에서 유럽에 뒤처지는 경우가 많다. 연구진은 1975년부터 2010년까지 일본, 독일, 덴마크 등 세 나라의 전자, 제약, 자동차, 로봇 산업을 대상으로 기술특허가 얼마만큼 촘촘하게 인근 산업 혹은 인근 국가들과 연계돼 있었는지를 검토했다.

 검토 결과 일본의 내부적인 혁신 역량과 투자 규모는 독일, 덴마크에 크게 앞섰지만 다른 국가나 기관과의 연결성, 글로벌 접근성에서는 크게 떨어졌다. 즉, 일본은 폐쇄형 혁신체계를 갖고 있었다. 자국의 역량으로만 이루는 혁신은 단기적인 성과를 이루고 빨리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네트워크로 무장된 유럽의 경쟁 기업들에 뒤처지는 결과를 낳았다. 네트워크는 혼자서는 생각할 수 없는 아이디어를 낳고 투자만으로는 일궈 낼 수 없는 다양한 경험을 창출하며 이를 더 탁월한 방식으로 시장에 선보일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과거 한국 경제는 내부적으로 민관학의 자원을 결집하고 ‘빨리빨리’ 문화를 통해 생산의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었다. 하지만 창의나 혁신의 영역에서는 이 방식이 통하지 않는다. 혁신 활동을 일반적인 상품개발이나 연구개발로 치부하는 편협한 시각, 생산자적인 시각을 버려야 한다. 4차 산업이 요구하는 혁신이란 열린 시스템과 제도로 구조를 바꾸고, 세계와의 연계를 통해 답을 찾고자 하는 ‘연결 행위’다.

류주한 한양대 국제학부 교수 jhryoo@hanyang.ac.kr
#경영의 지혜#경영#리더#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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