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중반 반덤핑 분쟁 이끌어 한국 철강업계 위협하던 ‘파이터’
“韓-中과 교역 불균형 해소 주력” FTA 재협상 가능성 등 시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지명한 미국 통상당국의 신임 수장이 10여 년 전 현지에서 한국 철강업계와의 소송을 맡은 경험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 산업계와 수년간 분쟁을 벌인 ‘파이터’가 차기 미국 행정부에 둥지를 틀면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비롯한 대(對)한국 통상압박이 거세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4일 산업통상자원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로버트 라이사이저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 지명자(사진)는 변호사로 일했던 2000년대 중반 한국 철강업계를 상대로 미국 철강업계가 제기한 냉연강판 반덤핑관세 분쟁에서 미국 업계 측 변호를 맡았다. 미국 철강업계는 한국, 중국 등 20개국이 저가의 냉연강판을 미국에 덤핑 판매해 미국 철강회사들의 일자리 수천 개가 없어지는 등 피해를 입었다며 1999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반덤핑 소송을 제기했다. 7년간 이어진 소송 끝에 ITC는 2005년 2월 “실질적 피해가 없다”고 최종 판정했고, 미국 업계는 항소를 포기해 분쟁이 일단락됐다.
하지만 이후에도 냉연강판 덤핑을 둘러싼 분쟁이 이어졌고, 라이사이저 지명자는 변호사로 활약했다. 라이사이저 지명자는 최근까지도 US스틸 등을 고객사로 둔 미국 로펌 스캐던(Skadden)에서 파트너 변호사로 일하며 철강 분야 반덤핑 제소 업무를 담당했다.
당장 라이사이저 지명자와 악연이 있는 국내 철강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포스코 등은 지난해 9월 미국 정부에서 한국산 냉연강판에 대해 최대 65%에 이르는 반덤핑 상계관세를 부과받은 뒤 행정소송 및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준비했다. 하지만 USTR 대표가 변호사 시절 이끈 분쟁을 소송으로 끌고 가는 상황이 돼 어려운 싸움이 될 공산이 커졌다.
트럼프 당선인이 공약했던 한미 FTA 재협상 주장은 ‘협상용 카드’가 아닌 실제 압박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힘을 얻고 있다. 라이사이저 지명자는 3일 “미국 노동자를 위해 (기울어진) 운동장을 평평하게 하라는 주문에 따라 모든 미국인에게 혜택을 주는 더 좋은 무역협정들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대미 무역흑자가 큰 한국과 중국을 공략하겠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다.
한국 정부는 발걸음이 바빠졌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고 “미국 신정부와 보다 긴밀한 경제협력 관계를 조속히 확립하겠다”고 밝혔다. 유 부총리는 9일 뉴욕에서 ‘한국 경제 설명회’를 열고 주요 외국인투자가와 외신을 만나 한국 경제 상황과 향후 정책방향을 설명할 계획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