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에서 운전을 하다 보면 구글의 자율주행차 시제품인 ‘버블카’를 자주 볼 수 있다. 2인승인 버블카는 지붕에 센서가 달려 흡사 딱정벌레처럼 보인다. 이 차는 시내 구석구석을 다니면서 주행 도중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에 대한 데이터를 쌓고 있다. 구글은 2009년 시작한 자율주행차 프로젝트를 통해 200만 km 이상의 주행 기록을 축적했다. 전문가들은 “구글의 자율주행차 프로젝트가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자율주행차가 길거리에 흔히 다니는 모습을 보게 될 날이 눈앞으로 다가온 것이다.
구글을 필두로 한 자율주행차를 향한 경주는 산업 전방으로 확산되고 있다. 전기자동차와 함께 자율주행차는 자동차 산업의 근간을 변화시키고 있다. 전통적인 완성차 회사는 물론이고, 구글, 애플, 삼성과 같은 회사도 앞다퉈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우버 같은 자동차 공유경제서비스 회사도 자율주행차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대부분의 완성차 회사는 독자적인 자율주행차를 개발하고 있지만, 몇몇 회사는 파트너십을 통해 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구글은 피아트와 파트너십을 맺고 100대의 자율주행 미니밴을 개발하기로 했다. 제너럴모터스(GM)는 차량공유서비스 업체 ‘리프트(Lyft)’와 함께 자율주행 택시서비스를 계획하고 있다. 최근에는 애플이 슈퍼카 개발 회사인 ‘맥라렌’의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문까지 나온다.
자동차 산업의 중심도 디트로이트에서 실리콘밸리로 이동하는 모습이다. 최근 자율주행차의 주요 센서인 라이다(LiDAR) 기술을 개발하는 실리콘밸리 회사 2곳(쿼너지, 벨로다인)이 각각 1000억 원 이상의 투자를 받았다. 자율주행 완성차를 개발하는 ‘죽스(Zoox)’라는 회사도 2000억 원 이상의 펀딩에 성공했다. GM은 최근 자율주행 기술 개발 회사인 ‘크루즈 오토메이션’을 1조 원을 들여 인수했다. 우버도 자율주행트럭용 기술 개발 회사인 ‘오토(Otto)’를 7000억 원 이상에 사들였다. 이 회사들은 모두 실리콘밸리에 있다. GM, 포드, BMW, 혼다 등 전통적인 완성차 회사들의 대부분이 실리콘밸리에 연구소를 두고 자율주행차 기술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전기차가 구조의 혁신을 가져왔다고 하면, 자율주행차는 운송의 혁신을 가져올 것이다. 특히 물류 영역에서 자율주행차가 불러올 변화는 막대하다. 육상 물류는 운전자에 대한 안전규제로 보통 하루의 절반 이하로밖에 운행을 못한다. 그러나 자율주행차가 도입되면 현재의 인프라 안에서 처리할 수 있는 물류량이 2배 이상 늘어나는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으로 규제와 보험, 사고의 책임, 위급한 상황의 윤리적 선택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다만 실리콘밸리에서 나타나는 일들을 보면,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자율주행차가 길거리를 가득 메우는 시대가 오리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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